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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알리에게 총구를 겨눈 게 아니다. 알리의 심장을 향해 칼을 박는 중이다

김팽맨··조회 01234567890012345678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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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헤드라인을 잘못 읽었다

"쿠팡, 중국 진출."

이 여섯 글자가 모든 오해의 시작이다.

쿠팡이 중국에 트럭을 굴린다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면, 지금 일어나는 일을 정반대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방향이 거꾸로다. 쿠팡은 중국으로 나가지 않는다. 중국을 한국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 작업의 진짜 표적은 따로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1월 30일, 샤먼

쿠팡이 2026년 1월 30일 중국 샤먼에 셀러를 모아놓고 행사를 열었다. 정식 명칭은 "크로스보더 셀러 입점 설명회." 한국 법인 없어도 된다. 중국 법인만 있으면 쿠팡에 입점할 수 있다. 첫 90일 동안 노출, 운영, 광고를 패키지로 묶어준다.

문장이 너무 부드럽다. 실제 의미는 이렇다.

"알리에 입점해 있는 셀러님들. 이쪽으로 오세요. 저희가 다 깔아드리겠습니다."

알리가 한국에서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뭐였나. 중국 셀러 풀이다. 5천원짜리 충전 케이블, 만원짜리 무선 이어폰, 이만원짜리 미니 청소기. 한국 회사가 만들 수 없는 가격대. 그걸 알리가 독점하고 있었다.

쿠팡이 그 풀을 통째로 가져오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그것도 정중하게, 90일 마케팅 패키지까지 들고서.

그리고 결정타가 따로 있었다

여기까지는 표면이다. 진짜 칼날은 그 아래 깔린 인프라에 있다.

쿠팡 다이렉트 LCL. 이름이 어렵지만 구조는 단순하다. 중국 현지 배송센터에서 출고된 상품이 국내 3PL을 거치지 않고 쿠팡 물류센터로 직납된다. 중간 단계가 통째로 사라진다.

이 한 줄이 알리의 핵심 경쟁력을 무력화한다.

알리가 한국에서 자랑하던 게 뭐였나. "중국 직발 5일 배송." 한국 이커머스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이제 쿠팡이 같은 출발지, 같은 공장, 같은 셀러를 자기 채널로 끌고 온다. 그리고 도착은 한국 물류센터 직납 후 익일 배송이다.

알리 5일. 쿠팡 1일.

가격은 같다. 같은 공장에서 나온 같은 물건이니까. 차이는 오직 하나, 도착 시간이다. 한국 소비자가 어느 쪽을 누를지 계산이 필요한가.

이게 왜 알리가 못 따라오는 수냐

알리도 한국 안에 물류센터를 깔면 되는 거 아닌가. 답이 거기 있다면 알리가 진작 깔았을 것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한국 거점은 임시 보세창고 수준이다. 쿠팡은 전국에 100여 개의 풀필먼트 센터를 깔아놓았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가전 설치, 반품 회수까지 묶인 통합 인프라다. 이걸 따라 만들려면 수년이 걸리고 수조 원이 든다.

그동안 쿠팡은 셀러 풀을 흡수한다.

알리가 깔기 시작하면 그 시점에 한국 셀러 풀의 70%는 이미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적응을 마친 상태일 것이다. 물류 인프라가 완성될 즈음 정작 그 위에 올릴 셀러가 없는 그림. 이게 쿠팡이 노리는 시나리오다.

선후가 바뀐 거다. 보통의 인프라 경쟁은 시설부터 깔고 셀러를 모은다. 쿠팡은 셀러를 먼저 잠그고 인프라의 의미를 다 끝내버리려 한다.

그리고 결제망까지 깐다

여기까지가 1단계 작전이라면 2단계가 이미 진행 중이다.

5월 13일 머니투데이 단독. 쿠팡페이가 외부 오프라인 결제망 진출을 위해 채널 전략 인력을 충원 중이라는 보도. 연간 100조 시장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가 점령한 결제 인프라에 쿠팡페이가 비집고 들어간다.

이게 왜 이번 작전과 연결되는가.

알리가 한국에서 결제할 때 알리페이를 쓴다. 테무가 한국에서 결제할 때 알리페이를 쓴다. 그 결제 수수료가 어디로 가나. 중국 본사다.

같은 거래가 쿠팡 마켓플레이스 안에서 쿠팡페이로 일어나면 그 수수료가 시애틀 본사로 간다. 거래도 결제도 한 회사 안에서 닫히는 구조다.

베조스가 20년간 시도하다 실패한 일이다. 아마존 페이는 미국 결제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을 못 넘었다. 쿠팡이 한국에서 그걸 해버리려 한다. 이커머스 + 결제 통합 플랫폼. 한국이라는 압축된 시장에서.

그런데 시장은 가격을 깎고 있다

여기서 칼럼의 비대칭이 등장한다.

CPNG는 2026년 5월 6일 하루에 13.7% 빠지며 $17.91에 마감했다. IPO 가격에서 64% 내려온 자리다. 1분기 매출은 8% 늘었는데 순손실로 돌아섰다.

이유는 두 글자, 데이터다.

2025년 말 3,300만 명 개인정보 유출. 한국 법인 CEO 12월 10일 사임. 국회 청문회 핵심 임원 불참. 12월 17일 2025년 최저점. 12억 달러 바우처 보상. 이 비용이 2026년 내내 손익에 남는다.

여기에 대만 적자가 겹쳐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 2026년 실효 법인세율 가이던스 75-80%. 세 방향에서 동시에 손익이 두들겨 맞는 분기.

시장은 단순하다. 적자가 보이면 일단 깎는다.

그런데 그 적자의 정체를 들여다보면 두 개의 거대한 베팅이 동시에 굴러가는 비용이다. 하나는 알리 풀 흡수 작전. 다른 하나는 대만 시장 점유. 두 베팅이 동시에 비용으로 잡히고 있다.

CEO 김범석이 1분기 실적 콜에서 한 마디 했다. 대만 코호트의 리텐션 곡선이 "한국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무슨 뜻인가. 한국에서 5년 걸려 만든 그 회전 모델이 대만에서 압축된 일정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뜻이다.

WOW 멤버십 이탈자의 80%가 4월까지 돌아왔다. 데이터 사고 후 빠진 회원이 다시 카드를 긁고 있다는 뜻이다. 1분기에 자사주를 3.91억 달러 사들였고 이사회는 추가 10억 달러를 승인했다. 경영진이 현 주가를 어떻게 보는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답한 신호다.

이 그림이 깨지는 분기

투자자가 봐야 할 분기는 정해져 있다.

첫째, 한국 Product Commerce 조정 EBITDA가 데이터 사고 이전 수준($567M)을 회복하는 분기. 이게 1단계 신호다.

둘째, 광고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 후반으로 튀는 분기. 중국 셀러 영입 효과가 본격적으로 마켓플레이스 GMV에 잡히기 시작하면 광고 수익이 먼저 폭발한다. 셀러가 늘면 노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게 광고 단가로 직결된다. 이걸 외부에서 추정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표다.

셋째, 대만 영업 손실의 피크 분기. 한국이 2022년 3분기에 흑자 전환했다. 대만이 압축 일정대로 간다면 그 시점은 멀지 않다.

결론

알리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쿠팡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본 사람이 있다면, 그건 김범석이 어떤 회사를 만들어왔는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쿠팡은 방어전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쿠팡의 모든 역사는 누군가가 들어왔을 때 그 누군가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자기 안으로 흡수해버리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11번가가 오픈마켓을 했을 때 쿠팡은 아이템마켓을 깔았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을 했을 때 쿠팡은 로켓프레시를 깔았다. 배민이 음식배달을 했을 때 쿠팡은 쿠팡이츠를 깔았다.

알리가 중국 셀러 직발을 들고 들어왔다.

쿠팡이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를 지금 보고 있다. 셀러를 가져온다. 물류를 가져온다. 결제까지 가져온다. 알리가 한국에서 가진 모든 단계를 자기 플랫폼 안에서 동일하게, 그러나 더 빠르게 재현해버리는 작업이다.

이게 다 진행되는 동안 주가는 17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베조스가 심천에서 주얼리 공급자를 만난 게 2004년이었다. 김범석이 샤먼에서 셀러를 만난 게 2026년 1월이었다. 22년이 압축되고 있다.

그 압축이 가격에 반영되는 분기를 기다리는 게임이다.

난, 지금 매수 들어간다.

(경고)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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