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죽이려던 회사 위에서 돌아간 Claude
일론 머스크는 지난 2월 X에 이렇게 썼다. "Anthropic은 서구 문명을 증오한다."
그리고 5월 6일, 일론 머스크는 자기 데이터센터를 Anthropic한테 통째로 빌려줬다. (Anthropic 공식 발표) 그것도 원래 Claude를 잡으라고 만든 시설을. xAI의 모델 Grok은 Claude 직접 경쟁자고, xAI는 올해 2월 SpaceX에 흡수됐다. 멤피스에 있는 Colossus 1, 22만 장의 NVIDIA GPU. 그게 이번 주부터 Claude를 굴린다.
그런데 이 헤드라인은 진짜 이야기의 절반도 안 된다.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진짜 이유, 펜타곤이 동시에 끼어 있는 구도, 그리고 이 모든 거래에서 가장 조용히 웃고 있는 회사. 그 회사 이름은 SpaceX도 Anthropic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22만 장의 GPU가 멤피스 흑인 거주지의 폐 위에서 돌아간다는 사실까지.
하나씩 풀어본다.
한도 두 배, 피크 시간 폐지
규모는 300메가와트, NVIDIA GPU 22만 장, H100·H200·GB200 혼합. 한 달 안에 Anthropic으로 이관된다. (SpaceX/xAI 발표)
같은 날 사용자 한도도 풀렸다.
Claude Code 5시간 한도가 Pro·Max·Team·Enterprise 전부 두 배
Pro·Max에 걸려 있던 피크 시간 한도 축소 폐지
Opus API 분당 요청 한도 인상
한 달 전쯤 Anthropic은 "수요가 너무 많아서 인프라가 못 버티고 있다"고 자인한 적이 있다. 이번 계약이 그 청구서다. 매일 밤 한도창 보던 사람들한테는 체감이 꽤 클 거다.
필자는 클로드 코드 쓰고 있는데, 이 소식이 너무 기쁘다.
일론 머스크의 손바닥 뒤집기
"서구 문명을 증오한다"는 회사한테, 일론 머스크는 결국 자기 GPU 22만 장을 빌려줬다. 본인의 입장 변화 속도가 이번 딜에서 가장 이상한 부분이다.
X에 박아놓은 어록
일론 머스크가 그동안 Anthropic을 두고 X에 쓴 문장들이다.
"Anthropic은 결국 이름 반대인 misanthropic이 될 운명이다"
"Anthropic보다 더 위선적인 회사가 있느냐"
"Anthropic은 서구 문명을 증오한다" (2월)
거의 매주 한 번씩이었다. 그런데 계약 발표 당일 일론 머스크는 X에 다시 썼다.
지난 일주일 Anthropic 고위 인사들이랑 시간 많이 보냈는데, 인상 깊었다. 내 evil 감지기에 걸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비판적 자기성찰을 계속한다면 Claude는 아마 좋은 모델이 될 거다.
일론 머스크는 사과하지 않았다. 기준을 바꿨다. 어제까지는 서구 문명을 증오하는 회사였고, 오늘은 evil 감지기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CNBC)
도덕적 화해라기보다 재고 처리
일론 머스크의 태도 변화는 도덕적 화해라기보다 재고 처리에 가까웠을 수 있다.
The Information 보도에 따르면 xAI의 GPU 활용률(MFU)은 약 11%에 그친다. 경쟁사 평균이 40%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Colossus 1은 전략 자산이라기보다 놀고 있는 비싼 공장에 가까웠다. Grok 사용량은 줄고 있고, xAI는 합병 이후 공동 창업자 대부분과 직원 수십 명이 회사를 떠났다. (Data Center Dynamics)
xAI가 보유한 GPU는 약 50만 장. 그중 22만 장을 Anthropic한테 넘긴다. 거의 절반이다. 일론 머스크는 X에 한 줄 더 썼다. "xAI는 이미 Colossus 2로 학습을 옮겼기 때문에 Colossus 1을 Anthropic한테 임대하는 게 괜찮았다." (Inc.)
일론 머스크는 새 공장을 넘긴 게 아니다. 이미 한 번 우려먹은 공장을 비싸게 임대한 것이다.
펜타곤이라는 또 다른 변수
3월에 미국 국방부는 Anthropic을 공급망 위험으로 분류해서 정부 사업에서 사실상 쳐냈다. 그런데 같은 펜타곤이 xAI의 Grok은 채택해서 쓰고 있다. (CNBC)
여기서 더 나아가 "펜타곤이 Anthropic으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지금 확인되는 건, 펜타곤이 Anthropic을 위험으로 봤고, 동시에 일론 머스크 쪽 모델은 채택했다는 사실이다. 그 머스크가 이번엔 Anthropic한테 컴퓨팅을 빌려준다. 이번 거래가 묘해지는 건 그래서다.
일론 머스크가 슬쩍 끼워넣은 한 줄
일론 머스크는 계약 발표 X 글에 한 줄을 더 붙였다. "Anthropic의 AI가 인류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면 컴퓨팅을 회수할 권리를 보유한다." (Yahoo Finance)

이게 농담인지 계약서 조항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만약 진짜 들어갔다면, 경쟁사 모델 출력을 일론 머스크가 판정할 권한을 갖는 셈이다. Claude가 머스크 마음에 안 드는 답을 하면 GPU가 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건 그냥 매출 거래가 아니다.
알파벳이 보유한 두 회사
일론 머스크가 Anthropic을 욕할 때, 자기 회사 5% 주주를 같이 욕하고 있었다. 본인은 몰랐을 수도 있다.
1. 알파벳은 Anthropic 대주주다
알파벳은 작년에 Anthropic 지분 약 14%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4월 24일에 추가 400억 달러를 더 박기로 했다. 100억 달러는 즉시 투입, 300억 달러는 단계별. Anthropic 평가가치는 3,50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 (CNBC)
그런데 그 평가가치도 옛날 얘기다. 5월 현재 Anthropic은 9,000억 달러 평가로 새 라운드 협상 중이다. (CNBC) 아직 확정된 라운드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이 Anthropic을 어디까지 밀어 올리고 있는지는 이 숫자 하나로 충분하다.
2. 알파벳은 SpaceX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건 4월에 알래스카 규제 신고서로 처음 공개됐다. 알래스카는 5% 이상 지분 보유자를 신고하게 한다. SpaceX가 그동안 한 번도 공개적으로 안 밝힌 cap table 일부가 그 신고서로 새어 나온 거다.
알파벳은 2015년에 SpaceX에 9억 달러를 박았다. 2025년 말 기준 6.11%였고, 2월 xAI 합병으로 약 5%까지 희석됐다. 가을 IPO에서 SpaceX가 2조 달러 평가를 받으면 그 5%가 약 1,000억 달러다. (Bloomberg via Investing.com)
3. Claude는 이미 구글 TPU 위에서 돌고 있다
Claude는 한 종류 칩으로 안 돌아간다. AWS Trainium, NVIDIA GPU, 구글 TPU 세 개를 섞어 쓴다. 작년 10월에 Anthropic은 구글 TPU 100만 개에 접근하는 계약을 맺었고 (CNBC), 4월에는 5년에 걸쳐 구글 클라우드에 2,000억 달러를 쓰기로 약속했다. 알파벳 클라우드 백로그의 40%가 넘는 규모다. (Sherwood News)
이걸 묶어 보면 알파벳 입장에서 Anthropic-SpaceX 계약은 이런 그림이다.
Anthropic이 잘 팔린다 → 14% 지분 가치 오름
SpaceX가 IPO 잘 받는다 → 5% 지분 가치 오름
Anthropic이 SpaceX 컴퓨팅에 돈 낸다 → SpaceX 매출 늘고 5% 지분 가치 오름
Anthropic이 구글 TPU에 2,000억 달러 쓴다 → 클라우드 매출로 직접 들어옴
우주 데이터센터 발표로 SpaceX IPO 평가 올라간다 → 5% 지분 가치 또 오름
일론 머스크가 Anthropic을 욕할 때, 자기 회사 5% 주주를 같이 욕하고 있었다. 어제까지 X에서 서로를 저주하던 두 회사는 같은 가족의 자식들이었다. 이번 계약 발표는 그 가족의 모임 사진이다.
우주 데이터센터
두 회사가 합의문에 "기가와트급 궤도 AI 컴퓨팅 용량 개발에 관심 있다"는 문구를 박아 놨다.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띄우자는 얘기다. SpaceX 측 논리는 우주에는 땅·전력·냉각수 제약이 없다는 거다.
다만 이건 "관심 있다"고 말한 거지 사업 계획이 아니다. 가을 IPO 앞둔 SpaceX 입장에서 "우리는 우주에서 AI 돌리는 회사입니다" 하고 투자자한테 어필할 재료를 만든 거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그리고 SpaceX IPO 평가가 올라가면 누가 가장 좋을지는 위에 적어 놨다.
"안전한 AI"가 흑인 동네 발암물질 위에서 돈다
GPU 22만 장을 돌리려면 어마어마한 전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xAI는 멤피스의 Colossus 1 옆에 자체 발전소를 지었다. 메탄가스를 태우는 가스터빈 35대. 환경허가 없이 돌렸다. 이 발전소가 들어선 곳은 인구의 64%가 흑인인 멤피스, 그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흑인 거주지인 사우스 멤피스다. 가까운 집은 발전소와 800m 거리.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는 1군 발암물질이고, 질소산화물은 천식을 악화시킨다. 남부환경법센터 조사로는 이 시설 하나가 멤피스 일대 단일 시설 기준 최대 질소산화물 배출원이다. 미국 최대 흑인 인권 단체 NAACP는 4월에 xAI를 청정대기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SELC, CNBC)
5월 5일, 멤피스 주민들이 Colossus 1 정문 도로에 호흡기를 차고 누웠다. 두 시간 동안 입구를 막았다. "이 공기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보여주는 die-in 시위다. (MLK50) 그 다음 날인 5월 6일, Anthropic은 그 시설의 GPU 22만 장을 통째로 빌렸다고 발표했다.
Anthropic은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safe, responsible AI)"를 회사 슬로건으로 박아놓고 있다. 그 회사가, 동네 주민들이 폐 망가지는 거 막아달라고 도로에 누운 다음 날, 그 시설의 컴퓨팅을 통째로 사들였다.
끝
가을이 되면 SpaceX가 상장한다.
투자설명서 어딘가에는 분명 Anthropic의 이름이 적혀 있을 거다. 매출 항목으로. 한국 신문은 그 IPO를 "역대 최대"라고 쓸 거고, 알파벳 주주는 양손으로 돈을 받을 거고, 일론 머스크는 다시 어떤 회사를 욕하고 있을 거다.
일론 머스크는 Anthropic의 AI가 인류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면 컴퓨팅을 회수한다고 했다.
인류는 이미 멤피스에서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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