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다"라는 말로 윤석열 평양 무인기 의혹으로 30년 구형

- 1.드론 하나 날렸다고 대통령이 사과했다. 김정은은 "대범하다"고 칭찬했다.
- 2."들었다"라는 말로 윤석열 평양 무인기 의혹으로 30년 구형
2026년 4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 법정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이 구형됐다. 평양에 무인기를 띄워 계엄의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혐의, 일반이적죄다. 대한민국 역사상 전직 국군통수권자에게 이 조항이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숫자가 무겁다. 30년이다. 내란 우두머리 사건에서 이미 사형이 구형됐고, 2월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그 위에 얹힌 30년이다. 이 정도 무게라면 증거도 무게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법정 바깥으로 새어나온 증거라는 것을 열어보면 말문이 막힌다.
전부 "들었다"였다
2025년 7월 경향신문이 특검 취재를 토대로 단독 보도한 녹취록이 있다. 내란 특검이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확보했다는 현역 장교의 녹취다. 주요 문장을 옮긴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윤석열) 지시라고 했다."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고 들었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고 들었다."

어미를 보라. "했다고 들었다." "좋아했다고 들었다." "보냈다고 들었다." 이 장교가 지시 현장에서 직접 듣거나 본 것인지, 상급자의 말을 전달받은 것인지는 공개된 보도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을 뿐이다. 법정에서 이런 증거를 전문증거(傳聞證據)라 부른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가 정한 증거능력 제한 대상이다. 원진술자를 법정에 세워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
군대는 전언이 계급 사이를 오르내리는 조직이다. 한 다리 건너 두 다리 건너 내려온 말이 "V 지시"가 됐을 수 있고, 애초 지시가 아니었던 것이 전달 과정에서 "지시했다더라"로 변했을 수 있다. 이것이 30년 구형의 뼈대라면 뼈가 물렁하다.
사령관은 이적죄가 아니다
구멍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무인기를 띄운 사람, 즉 드론작전사령부를 지휘한 김용대 전 사령관에게 특검이 적용한 혐의를 보자. 직권남용과 군용물손괴교사다. 일반이적죄가 아니다.

왜일까. 2025년 7월 한국일보가 김용대 측 입장을 보도했다. 사령관 측은 반박했다. "우리 사법부는 일반이적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왔는데 이런 선례가 생기면 추후 일반이적죄가 사회 전반에 확대 적용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 지적은 그냥 변명이 아니다. 한국 사법사에서 일반이적죄가 실제 적용된 판례는 극소수다. 군사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기체 추락과 기밀 노출까지 이적죄로 포섭한 선례는 없다. 만약 이 사건에서 그 선례가 만들어지면, 앞으로 모든 대북 작전, 모든 정찰활동, 모든 특수임무가 사후에 이적죄로 소환될 수 있다. 군은 작전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특검도 이걸 안다. 그래서 현장 지휘관에게는 일반이적죄를 못 씌웠다. 그런데 정작 "지시했다는 의혹"만 있는 대통령에게는 씌웠다. 이 비대칭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실무 법리로는 안 되는 것을 정치적 상징성으로 뚫겠다는 뜻이다.
재판부가 이미 내린 판단을 특검이 뒤집는다
변호인단이 결심 공판에서 꺼낸 반박 중 가장 예리한 대목이 이것이었다. 윤석열의 내란 사건 1심 재판부는 계엄 지시 시점을 2024년 12월 1일로 확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에서 계엄 결심을 촉발한 원인을 "야당의 국정 마비와 탄핵 남발"로 판단했다.
두 기관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판단이다. 그런데 특검은 이 판단을 우회한다. 10월의 무인기 작전과 12월의 계엄을 다시 연결짓는다. 사법부가 이미 잘라낸 인과를 특검이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특검이 자기 발에 걸렸다. 구형 이유에서 특검 스스로 밝혔다. "내란 사건의 구형량도 고려해 30년을 구형한다." 이 한 문장이 파괴적이다. 두 사건이 별개라면 왜 다른 사건의 구형량을 고려하는가. 같은 범행을 두 번 기소한 것이 아니라면 형량 연동이 성립하지 않는다. 변호인단이 "이중처벌"이라고 반박한 것은 감정 표현이 아니라 법리 포인트다.
법정은 닫혔다, 녹취록만 흘러나온다
이 사건은 전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부 설명은 "국가기밀 노출 우려"였다. 증거조사, 증인신문, 변론, 결심까지 모두 가려졌다. 국민은 6월 21일 선고문 한 장만 받아보게 된다.
이 구조에서 누가 이득을 보는가. 특검이다. 수사 단계에서 "녹취록을 확보했다", "V 지시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언론에 한 조각씩 공개되는 특검 주장은 이미 여론 속에서 사실로 굳었다. 반면 변호인단이 법정에서 어떤 반박을 하는지, 특검이 내놓은 증거가 법정에서 얼마나 엉성한지는 국민이 볼 방법이 없다.
결심 공판 직후 변호인단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판 중 특검팀이 제시한 어떠한 증거도 특검팀의 추측과 망상을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말이 과장인지 진실인지 국민은 검증할 수 없다. 법정에 들어가 본 사람만 안다.
이것이 형평인가. 특검 서사는 언론으로 스며들고, 변호인 서사는 법정 안에 갇힌다. 비공개 재판이라는 장치가 형평 장치가 아니라 한쪽 편의 봉인 장치가 된 구조다.
여덟 개의 칼
로이터 보도에 한 문장이 있었다. 이번 사건을 "윤석열이 현재 연루된 여덟 건의 재판 중 하나"라고 규정한 대목이다. 건조한 한 줄이지만 본질이 담겨 있다.
전직 대통령을 여덟 개 재판에 동시에 세운다. 내란 우두머리, 특수공무집행방해, 평양 무인기, 그리고 남은 별건들. 한 혐의의 법리가 흔들리면 다음 혐의로 다시 구속하고, 한 재판에서 무죄가 나올 조짐이 보이면 다른 재판이 판을 이어간다. 2025년 3월 8일 구속 취소로 석방됐던 사람이 7월 10일 다시 구속됐다. 혐의만 바꿔서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수사 기법을 오래 전부터 이름 붙여 불러왔다. 표적 수사다. 특정인을 겨누고 나서 모든 법조항을 훑어 기소 재료를 뽑아내는 방식. 공교롭게도 민주당이 검찰 개혁을 외치며 가장 강하게 비판해온 기법이다. 정권이 바뀌자 같은 기법이 전직 대통령에게 쓰이고 있다. 이 점은 지지 성향과 무관하게 기록돼야 한다.
외신이 놓친 것, 국내가 역수입하는 것
AP, 로이터, AFP, UPI가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외신 기사들에 빠진 것들이 있다. 이중기소 논란이 없다. 일반이적죄 적용의 무리함도 없다. 전문증거 위주라는 특검 증거 구조도 없다. 외신은 특검 주장을 본문에 놓고 변호인 반박을 한 문단 덧붙인다.
그 단순화된 서사가 다시 국내로 역수입된다. "외신도 이렇게 본다"는 프레임이 국내 여론에 재투입된다. 그러는 동안 법리 반박은 주목받을 공간을 잃는다. 악순환이다.
6월 21일, 진짜로 읽어야 할 것
선고일은 6월 21일이다. 6·3 지방선거 직후다. 이 선고에서 시민이 주목해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다. 징역 30년, 25년, 무죄 같은 헤드라인용 숫자는 표피다.
진짜 기록은 세 곳에 있다.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했는가. "들었다" 진술이 유죄 판단에 어떤 무게로 반영됐는가.
일반이적죄 구성요건을 재판부가 기존 대법원의 제한적 해석을 따랐는가, 확대 해석을 택했는가.
내란 사건과 무인기 사건 사이의 관계를 재판부가 어떻게 정리했는가. 이중기소 항변에 어떤 판단을 내렸는가.
이 세 질문에 대한 답이 진짜 판결이다. 항소심도 남아있고 상고심도 남아있다. 대법원까지 가는 긴 길에서 법리 반박은 계속 이어진다. 법정 속에 봉인된 증거들도 시간이 흐르면 공개 절차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법리가 정치에 휘둘리는 순간, 그 칼은 다음 정권교체 때 방향을 바꿔 다시 휘둘린다. "들었다"는 말로 전직 대통령을 30년에 묶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음 번에는 또 누군가가 그 선례로 묶인다. 시민이 재판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6월 21일. 숫자 뒤에 무엇이 있는지, 차분히 읽을 준비를 해야 한다.
출처
결심 공판 보도
[종합] 특검, '평양 무인기 작전' 尹 30년 구형…尹측 "지시·승인한 적 없다" — 뉴스핌, 2026.04.24. 변호인단 기자회견 내용과 이중처벌 논거.
Yoon's Lawyers Reject 30-Year Sentence Demand in Pyongyang Drone Case — Seoul Economic Daily, 2026.04.24. 변호인단이 인용한 1심 재판부와 헌재 판단.
증거·법리 구조
"북 무인기 침투, 윤석열 지시" 내란특검, 녹취록 확보 — 경향신문, 2025.07.02. 녹취록 발언 원문.
특검 '평양 무인기' 일반이적죄 적용... 김용대 측 "무리한 혐의" 반발 — 한국일보, 2025.07.15. 일반이적죄의 제한적 해석 관례.
특검, '평양 무인기' 일반이적죄 검토… 법조계 "군사상 이익 해할 고의성 여부가 쟁점" — 대한변협신문, 2025.07.15. 법조계 신중론.
해외 보도
South Korea prosecutors seek 30-year jail term for ex-President Yoon in drone case — Reuters, 2026.04.24.
Prosecutors seek 30-year prison term for South Korea's Yoon for drone flights over Pyongyang — AP via Washington Post, 2026.04.24.
재판 일정
특검, '평양무인기 투입 지시 의혹' 尹 징역 30년 구형 — 헤럴드경제, 2026.04.24. 6월 21일 1심 선고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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