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망 사용료, 미국도 청와대도 틀렸다

로파트·
·조회 012345678900123456789001234567890·10
1 / 19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4월 27일 X에 글을 올렸다. "미국 수출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터무니없는 무역 장벽" 10개 사례를 열거하면서, 그중 네 번째로 한국을 지목했다. "세계 어떤 나라도 망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한국만 제외하고." 다음 날 청와대가 즉각 반박했다. "미국 기업이 차별받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JTBC가 이 공방을 옮기면서 한 줄을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망 사용료는 없습니다."

그런데 트위치는 한국에서 떠났다. 페이스북은 매년 150억 원을 냈다. 넷플릭스는 3년 소송 끝에 합의했다.

이건 한국 vs 미국의 통상 분쟁 기사가 아니다. 한국이 2016년에 도입한 발신자 종량제라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망 정산 제도가, 미국 통상 압박이라는 외부 충격에 의해 처음으로 노출되고 있는 사건이다. USTR도, 청와대도, JTBC도 셋 다 사실관계를 빗나갔다. 방향은 다르지만.

핵심부터 정리한다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모든 콘텐츠 사업자(CP)가 한국 ISP에 글로벌 표준에서 벗어난 가격을 지불하는 비정상 구조다. 미국 기업도, 한국 기업도, 모두 같은 구조에 갇혀 있다.

네이버는 매년 1,000억 원대를 낸다. 카카오도 수백억 원을 낸다. 페이스북은 150억 원을 냈다. 넷플릭스는 소송 끝에 합의했다. 트위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클라우드플레어는 한국 트랜짓 비용이 글로벌 평균의 20~30배라고 분석한다. CDN 비용도 같은 이유로 비싸다. 그 부담은 결국 한국 스타트업과 한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미국이 "차별당한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 청와대가 "차별 없다"고 반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차별이 있는지가 핵심이 아니라, 한국 시장 전체가 비정상이라는 사실이 핵심이다. 그 비정상의 출발점이 2016년 상호접속고시고, 그 결과 미국 빅테크부터 한국 동네 스타트업까지 모두 같은 부담을 진다. 청와대 해명은 이 사실을 가린다. USTR 압박은 이 사실의 일부만 본다. JTBC 보도는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사실관계를 흐렸다.

이 글은 그 비정상 구조를 파헤친다.

셋 다 부정확하다

세 주체의 주장을 차례로 검증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셋 다 빗나간다. 청와대가 가장 가깝고, JTBC가 가장 멀고, USTR은 그 사이 어딘가다.

청와대와 JTBC 사이의 미끄러짐

청와대는 "법으로 의무화된 망 사용료는 없다"고 말했다. JTBC는 그걸 "부과되는 망 사용료 자체가 없다"로 확장했다. 둘은 완전히 다른 명제다.

민간 계약 차원에서 글로벌 CP가 한국에 망 사용료를 낸 사례는 분명히 있다. 페이스북은 2019년 기준 약 150억 원을 지급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외부 CDN을 통해 간접 부담했다. 넷플릭스는 2021년 SK브로드밴드와의 1심에서 패소한 뒤 2023년 9월 합의하면서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트위치다. 2024년 2월 한국 철수 시 명시한 사유가 "한국 네트워크 수수료가 다른 나라보다 10배 높아 적자가 났다"였다.

USTR도 정확하지 않다

한국이 ISP에 사용료를 부과하는 게 아니라, 한국 ISP가 CP에게 받는 구조다. 게다가 망 사용료 법제화 논의는 EU에서도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에 법적으로 강제된 사용료도 없다. USTR의 진짜 메시지는 "현재 사용료를 철폐하라"가 아니라 "앞으로 입법으로 가지 마라"다.

그러나 "비정상"은 사실이다

USTR의 표현은 부정확하지만 그 표현이 가리키는 실체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의 망 비용 구조는 글로벌 표준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가장 중요한 수치 하나. 국제 비정부기구 PCH가 2016년 148개국을 조사한 결과, 전 세계 동일계위 ISP 간 피어링 협정의 99.98%가 무정산 방식이었다. 한국이 채택한 발신자 종량제 상호정산 방식은 0.02%에 속한다.

세계 최대 CDN 사업자 클라우드플레어의 글로벌 정책책임자 알리사 스타작은 한국 트랜짓 비용이 전 세계 다른 지역의 20~30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트랜짓 비용은 낮은 계위의 네트워크가 높은 계위로 트래픽을 전송할 때 지불하는 일종의 톨게이트비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 1위 CDN 사업자라서 글로벌 가격 데이터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도 같은 결론을 냈다. 2022년 보고서 "Myths Surrounding Network Usage Fees: South Korea"에서 2016년 한국이 발신자지불방식(SPNP) 정책을 도입한 이후 트랜짓 비용이 유럽과 북미에 비해 몇 배 비싸졌다고 분석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한국이 일본·홍콩·싱가포르와 비슷하다"고 반박하지만, 비교 대상이 모두 아시아 국가다. 글로벌 표준은 미국·유럽이고, PCH의 99.98%라는 숫자가 그 사실을 가리킨다.

2016년 상호접속고시가 출발점이다

전 세계 ISP는 같은 계위끼리 무정산 피어링이 원칙이다. 한국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이 원칙을 깨뜨렸다. 같은 계위 ISP끼리도 트래픽 발신량에 따라 정산하도록 강제했다. SKT가 KT에 정산하고, 그 비용은 CP에게 전가된다.

성균관대 김민호 교수는 2019년 세미나에서 이 결정의 본질을 짚었다. "공익이 아니라 통신사업자 수익성 보전을 위한 규제다." 같은 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네이버, 카카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이 함께 공동 성명을 냈다.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통신사 간 상호정산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통신사가 IT 기업의 망 비용을 지속해서 상승시킬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고착화한 것이다." 한국 토종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가 함께 같은 목소리를 냈다.

통신사 변명을 들여다본다

통신사는 "한국 소비자 요금이 싸서 CP에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변명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다. 한국 기가 인터넷은 월 35달러, 미국 컴캐스트 2Gbps는 월 299달러다. 해외는 소비자에게 비싸게 받아 망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변명은 가격 격차의 정도를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 소비자 요금이 미국의 1/8 수준이라면, CP 시장 가격 격차도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트랜짓 비용은 글로벌 평균의 20~30배다. 게다가 한국은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 밀도 덕분에 망 구축 단가가 낮다. 변명이 설명하지 못하는 격차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2016년 상호접속고시다.

통신사도 갇혀 있다

여기서 통신사를 단순한 가해자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실이 등장한다. 유진투자증권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통신 3사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평균보다 SKT -17%, KT -55%, LGU+ -47% 낮다.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는 정부에 막대한 비용을 낸다. 2018년 5G 주파수 경매에서만 3사 합계 3조 6183억 원을 지불했다.

통신사는 정부 규제의 양면성에 갇혀 있다. 한쪽에서는 소비자 요금 인하 압박을 받고, 다른 쪽에서는 주파수 할당대가를 낸다. 그러나 동시에 2016년 상호접속고시의 보호 아래 CP 시장에서는 비정상 가격 결정력을 행사한다. 이익과 부담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진짜 피해자는 한국 기업과 소비자다

미국 빅테크가 차별받는다는 USTR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 한국 기업이 더 많이 부담한다.

네이버는 2017년에만 약 1,141억 원의 망 사용료를 통신3사에 지불했다. 카카오도 같은 해 약 300억 원을 냈다. 매출의 2% 수준이다. 페이스북이 같은 해 한국에 낸 금액은 약 150억 원이다. 트래픽 점유율로 보면 글로벌 빅테크가 더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지만, 절대 금액으로는 한국 기업이 압도적으로 더 많이 낸다. 한국 기업은 한국 시장에서 사업하는 한 이 구조를 거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더 심각하다. 한국에서 새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처음부터 글로벌 평균의 20~30배에 달하는 망 비용을 감수하고 출발해야 한다.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부담은 비례해서 늘어난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은 이 비용 구조 때문에 출발선부터 불리하다. 글로벌 사업자는 한국 진입을 포기하거나 트위치처럼 떠난다.

소비자도 같은 부담을 진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고 일본·홍콩에 두면, 한국 소비자가 일본 서버를 거쳐 콘텐츠를 받는다. 속도가 느려진다. CDN 비용이 한국에서 비싸기 때문에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디지털 상품의 원가가 올라간다. 그 원가는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청와대 해명은 "차별 없다"는 형식 논리에 머무른다. 형식적 차별이 없다는 것이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한국 기업과 한국 소비자가 똑같이 비정상 가격에 노출된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

처방은 단순하지 않다.

해야 할 일

단계적으로 2016년 상호접속고시를 손봐야 한다. 미국 통상 압박을 명분이 아니라 글로벌 표준 정상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통신사 수익성 보전 방안이 필요하다. 매년 통신사가 내는 주파수 할당대가는 ICT 기금으로 적립되어 산업 진흥에 쓰이는데, 그중 일부를 망 인프라 투자 지원으로 환류시킬 수 있다. 소비자 요금 인하 압박도 일정 수준에서 멈춰야 한다. 통신사 영업이익률이 이미 글로벌 평균보다 17~55% 낮은 상황이다.

해선 안 될 일

망 사용료 의무화 입법은 미뤄야 한다. 통신사를 위해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깨뜨리는 선택이고, 한국 스타트업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비정상 가격을 글로벌 사업자에게도 강제로 적용시키는 방향일 뿐이다.

그래서 이 사안의 진짜 무게

USTR의 4월 27일 게시물은 단발 폭격이 아니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4월 13일 배경훈 부총리 앞으로 팩트시트 이행 촉구 서한을 보냈다. 비공개 경고 2주 만의 공개 압박이다.

미국은 단순히 빅테크 보호를 원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통신 가격 구조 자체를 통상 협상의 카드로 쓰고 있다. 그 카드는 자동차 관세, 반도체 협력, 조선업 협력과 묶여서 작동한다. 청와대가 "차별 없다"는 형식 논리로 방어하는 동안, 한국은 다른 분야의 협상 카드들을 함께 잃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다시 정리한다.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모든 CP가 같은 비정상 가격을 부담한다. 네이버도, 카카오도, 페이스북도, 넷플릭스도, 트위치도 같은 구조에 갇혀 있었다. 한국 스타트업도 마찬가지고, CDN 비용을 통해 한국 소비자에게도 그 부담이 돌아온다. 그 비정상 구조가 2016년 정부 규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그것이 통신사 카르텔의 보호막이 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 통상 압박이 그 구조를 노린다는 사실이 이 사안의 진짜 무게다.

청와대가 보호하는 것은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평등이 아니다. 한국 기업과 한국 소비자까지 비정상 가격에 똑같이 노출시키는 그 구조 자체다. 한국 정부가 미국 통상 압박을 핑계로 이 구조에 손을 댈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보호하다가 다른 분야의 협상 카드까지 잃을 것인지. 그 선택의 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

한국 언론이 청와대 해명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발신자 종량제의 비정상성을 정면으로 짚을 수 있을지도 함께 시험대에 올라 있다.


출처

보도와 청와대 해명

글로벌 CP 사례

한국 망 가격 비정상성

2016년 상호접속고시 분석

통신사 수익성과 정부 부담

해외 인터넷 요금

  • 한국 기가 인터넷 35달러 vs 미국 컴캐스트 2Gbps 월 299.95달러 — 통신사 공식 요금 기준

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하고 의견 남기기

로그인하면 댓글·투표·북마크를 사용할 수 있어요.

제목작성자작성일추천조회수
외교1172로파트·외교··추천 1·조회 172·11
국제013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3·9
외교134로파트·외교··추천 1·조회 34·9
국내172로파트·국내··추천 1·조회 72·16
국제020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20·8
국제016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6·9
외교2108로파트·외교··추천 2·조회 108·15
국제0117정치텔러·국제··추천 0·조회 117·20
국제0330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330·16
외교
망 사용료, 미국도 청와대도 틀렸다
0112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112·10
외교099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99·8
외교098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98·7
외교0132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132·6
외교080빠뜨레옹·외교··추천 0·조회 80·7
국제067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67·4
국제0104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04·6
국내087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87·7
국제070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70·9
국제0107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07·12
국내070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70·7
국제079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79·9
국제0101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01·9
국내1118김알빠노·국내··추천 1·조회 118·7
외교082빠뜨레옹·외교··추천 0·조회 82·5
국제079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79·4
국내0111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111·6
국내082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82·11
외교098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98·7
외교0102빠뜨레옹·외교··추천 0·조회 102·4
국내0104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