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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발사대가 사라진 자리

로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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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한미동맹 재편 보고서1/3
  1. 1.사드 발사대가 사라진 자리
  2. 2.한국이 미군의 정비고가 되는 길: 인도태평양 전선의 후방 거점
  3. 3.전작권 전환, 한국과 미국이 같은 그림을 보고 있을까

새벽 0시 30분, 성주에서 차량 16대가 움직였다

2026년 3월 3일 새벽,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 자체 CCTV에 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빠져나오는 차량들이 잡혔다. 7분여에 걸쳐 16대. 그중 사드 발사대 차량이 6대로 확인됐다. 성주에는 발사대 6기로 구성된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돼 있다. 며칠 뒤 워싱턴포스트는 미 당국자 복수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사드 시스템 일부를 한국에서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기 평택 오산기지에서는 미 공군 최대 수송기 C-5 갤럭시 2대와 C-17 글로브마스터 11대가 중동을 향해 차례로 이륙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 정부가 협의 대상에서 빠졌고, 그 결정을 막을 수 없었다는 인정이다.

같은 사람, 다른 단어

그러나 미국 측 공식 답변은 결이 다르다. 4월 21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자비에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게리 피터스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어떤 사드 시스템도 이동시키지 않았다(We've not moved any THAAD systems). 사드는 한반도에 그대로 있다." 다음 날 그는 추가로 설명했다. "이전에 레이더가 앞으로 옮겨진 적이 있다. 미드나잇 해머 작전(2025년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직전이었다. 일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드 시스템 자체는 한반도에 남아 있다."

여기서 두 사실이 맞물린다. CCTV로 확인된 발사대 6대 이동은 부정되지 않았다. 브런슨 본인이 "그것들을 동적으로 이리저리 옮겼다(I was dynamically moving those around)"고 말했다. 발사대들을 성주에서 오산기지로 옮겨 군수품 이송을 준비했다는 설명이었다. 사드 "시스템"은 한반도에 있다. 발사대 차량은 성주를 떠났다. 요격 미사일은 중동행 대기 중이다. 레이더 일부는 이미 중동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같은 청문회에서 사령관 본인이 인정한 사실이다.

단어로 빠져나간 답변

다음 날인 4월 22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공화당 돈 베이컨 하원의원이 브런슨 사령관에게 물었다. "한국의 방공 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영향이 있는가?" 브런슨의 답변은 짧았다. "우리 임무와 작전에 영향 없다(No impacts to our ongoing missions and operations)."

전날 상원 청문회에서 그가 직접 인정한 사항은 답변에 들어가지 않았다. 발사대를 동적으로 옮겼다는 점이나 요격 미사일이 중동행 대기 중이라는 점, 레이더 일부가 이미 중동에 갔고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 모두 그날 빠졌다. 그가 부정한 것은 "사드 시스템(THAAD systems)" 이동뿐이다.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발사대(launchers)와 요격 미사일(munitions), 레이더(radars)는 각각 다른 단어다. 시스템이 통째로 빠진 게 아니라는 진술과 그 시스템의 부품들이 옮겨졌다는 진술은 동시에 사실이다. 단어를 좁게 정의하면 양쪽 다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 외교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한국 정부도 같은 화법을 따랐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3월 10일 브리핑에서 "한·미 간의 전력 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미는 굳건한 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정에 기여하고자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무엇이 빠졌고 무엇이 남았는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대결을 피하고, 압도적 힘으로 중국을 억제한다

이 화법은 한 사례가 아니다. 같은 패턴이 미국 국가국방전략(NDS) 도입부에 그대로 박혀 있다.

존 노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의 공개 증언문 도입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2026 국가국방전략은 전쟁부에 대결을 피하고 압도적 힘으로 중국을 억제하라고 지시한다(deter China through strength, not confrontation)." 이어 "그 안에서는 중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도 지역 패권국이 될 수 없다"가 따라온다. 그 다음 문장은 더 신중하다. "이것은 중국을 지배하거나 굴욕을 주기 위함이 아니다(This is not for the purpose of dominating or humiliating China). 인도태평양에서 우리의 핵심 국익을 방어하고, 중국이나 그 누구도 우리 또는 우리 동맹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세 문장은 정교하게 짜여 있다. 표면 메시지는 절제다. 핵심 어구가 모두 부정형이다. 중국을 지배하기 위함이 아니고 굴욕을 주기 위함도 아니라는 진술이 두 차례 나오고, 억제 방식 자체가 "대결이 아닌(not confrontation)"으로 규정된다. 미국이 능동적 봉쇄자로 보이는 어휘는 모두 빠졌다. 그러나 결과는 같다. 중국이 패권국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정책 목표는 봉쇄와 사실상 구분되지 않는다.

"강함을 통해, 대결이 아닌"이 핵심이다. 강함은 추구하되 대결은 피한다는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국방장관과 만났다. 같은 시기 미국은 B-21 폭격기 발주를 145대로 늘리고 AUKUS 호주 잠수함 로테이션 배치를 앞당겼으며, 필리핀에 NMESIS와 타이폰 미사일을 깔았다. 대화의 문은 열어둔다. 무기는 무제한 깐다. 두 행동이 같은 정책 안에 들어 있다.

한 패턴, 두 사례

사드를 두고 미군 사령관은 "시스템은 이동시키지 않았다"고 말했고 발사대 차량은 성주를 떠났다. NDS는 "중국을 굴욕 주려는 게 아니다"라고 적었고 1도련선에는 거부적 방어선이 깔린다. 부드러운 단어와 단단한 행동이 한 문서, 한 발언 안에 공존한다.

증언문에서 "우리 동맹(our allies)"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자리도 같이 봐야 한다. 미국은 동맹을 보호하겠다고 적었지만 같은 증언문 다른 단락에서 한국은 미군의 "더 제한된 지원(more limited support)"의 대상으로 적혀 있다. "우리 동맹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약속과 "한국은 1차 책임을 진다"는 분담은 같은 문서에 같이 들어가 있다.

성주에서 새벽에 빠져나간 차량 6대를 한국 정부가 막을 수 없었던 이유는 능력 부족이 아니다. 결정이 이루어진 자리에 한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이동(move)"은 "재배치(reposition)"로 적히고, "반출"은 "동적 이동(dynamic movement)"으로 기록된다. 단어를 정확히 정의하면 한국이 동의한 적 없는 결정도 위반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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