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조개껍질 사진 한 장에 체포된 전직 FBI 국장 제임스 코미, 트럼프 딥 스테이트 보복의 시작

정치텔러·
·조회 012345678900123456789001234567890·20
1 / 20

2025년 5월 15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어느 한적한 해변.

70대 노인 한 명이 모래사장을 걷고 있어. 키 195cm. 한때 미국에서 가장 무서웠던 남자야.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직접 해고한 그 남자. 전직 FBI 국장 제임스 코미.

산책하다가 뭘 봤어. 누군가 모래 위에 조개껍질로 만들어놓은 숫자. "86 47".

귀엽다고 생각했나봐. 인스타그램에 올렸어. 캡션은 한 줄. "Cool shell formation on my beach walk(해변 산책 중 발견한 멋진 조개껍질 모양)".

이 게시물이, 1년 뒤에 본인을 연방법원 피고석에 앉히게 될 거라곤 그 순간엔 짐작도 못 했을 거야.

"암살 선동입니다, 대통령님"

게시물이 올라가고 몇 시간도 안 됐어.

트럼프 지지자들이 발견했어. "86"이 뭔지 아냐고. 미국 식당가에서 "메뉴에서 빼라"는 뜻으로 시작된 슬랭인데, 일부 용례에선 "치워버려라", 더 나아가 "죽여라"로도 쓰인다는 거야. 그리고 "47"은? 47대 대통령. 트럼프지.

암살 선동이라는 거야. 조개껍질 사진 한 장이.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엠이 그날 바로 비밀경호국에 수사 지시를 때렸어. 코미는 워싱턴으로 불려가서 수 시간 조사받았고. 본인은 이렇게 해명했어.

"산책하다가 그냥 누가 만들어놓은 걸 봤다. 그 숫자가 폭력이랑 연관된다는 건 몰랐다. 떠올랐던 적도 없다. 근데 어떤 종류의 폭력에도 반대하니까 게시물은 내렸다."

게시물은 그날 안에 내려갔어. 형사 입건은 없었고.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지.

근데 안 끝났어.

1부. 8년 전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해

여기서 짚고 가야 할 게 있어. 트럼프가 왜 코미를 8년째 못 잊는지, 우리한테는 이게 잘 안 와닿을 수 있거든.

러시아 게이트, 그 시작점에 코미가 있었다

2016년 미국 대선. 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가 해킹당해서 힐러리 캠프 내부 이메일이 위키리크스에 풀려. 미국 정보기관들 결론은 러시아 정부 해커들 짓이었어. 동시에 트럼프 캠프 인사들이 러시아 측과 접촉한 정황도 잡혔고. 의혹은 두 가지였어.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시키려고 개입했나? 트럼프 캠프가 그 개입에 공모했나?

이 수사를 시작한 게 바로 FBI야. 당시 국장이 코미고.

여기까진 일반적 수사. 근데 2017년에 사건이 꼬여.

2017년 2월 14일, 백악관 오벌오피스

트럼프가 막 취임한 직후. 코미가 백악관에 회의 호출됐어. 회의 끝나자 트럼프가 다른 사람들 다 내보냈어. 부통령 펜스, 법무장관 세션스까지. 코미만 1대1로 남게 했어.

그러고 한 말이 이거였대.

"마이클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 이 일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길 바란다(I hope you can let this go)."

마이클 플린은 트럼프의 첫 안보보좌관이었어. 러시아 대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하고 부통령한테 거짓말한 게 들통나서 막 사임한 상태였고. FBI가 플린 수사를 진행 중이었어. 그걸 사실상 중단해달라고 트럼프가 FBI 국장한테 요청한 거지.

코미는 그 자리에선 아무 답도 안 하고 나왔어. 그러고 차에 타자마자 노트북 꺼내서 대화를 그대로 메모로 옮겨 적었대. 본인 설명. "트럼프가 거짓말할 가능성에 대비해 기록을 남겼다."

3개월 뒤인 2017년 5월 9일, 트럼프가 코미를 해고. 사유는 "러시아 수사 때문"이라고 본인 입으로 말함.

해고당한 직후 코미가 결심해. 이 메모가 공개되면 특별검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본인의 친구이자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인 다니엘 리치먼한테 메모 내용을 전달했어. 리치먼이 그걸 뉴욕타임스 기자한테 흘렸고. 2017년 5월 16일 뉴욕타임스가 1면. "트럼프가 코미에게 플린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

이 보도 나가고 정확히 일주일 뒤, 법무부가 로버트 뮬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어. 코미의 의도가 정확히 적중한 거지.

근데 코미는 이걸 들킨 게 아니야. 본인이 직접 공개 증언했어. 2017년 6월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 전 미국이 생중계로 본 그 자리에서 코미가 그대로 말했어. "내가 메모를 친구한테 줬고, 그 친구를 통해 언론에 흘러갔다." 본인의 정당화는 이거였어. "특검 임명을 유도하기 위한 공익 행위였다."

뮬러 특검 결론. 양쪽이 다른 답을 가져갔다

2년 가까이 수사. 2019년 3월 보고서 나와. 결론 세 가지.

첫째, 러시아 개입은 사실. "러시아 정부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 단정적이야.

둘째,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직접 공모는 입증 못 함. "수사는 공모를 입증하지 않았다(did not establish)." 근데 "혐의 없음"이라고도 안 했어. 증거 부족이라는 표현.

셋째, 사법방해는 결론을 내지 않음. 트럼프의 코미 해고 등 의심 행위 10가지를 나열만 하고 "기소도 면죄도 안 한다"는 애매한 결론.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내부 지침을 이유로 들었어.

이 모호한 결론을 양쪽이 정반대로 해석했어.

민주당: "러시아 개입은 확정. 트럼프는 사법방해했지만 현직이라 기소만 못 한 것."

트럼프 진영: "공모 입증 못 했으니 무죄. 2년간 수천만 달러 쓴 마녀사냥. 코미와 FBI가 정치적 동기로 보수 대통령을 무너뜨리려 했다."

트럼프는 보고서 발표 직후 "완전한 면죄"를 선언했어. 보고서가 그 표현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는데도.

후속타. FBI도 절차 위반이 있었다

여기서 트럼프 진영의 분노가 정당화되는 사실관계가 나와.

2019년 12월, 호로위츠 보고서. 법무부 감찰관 보고서야. FBI의 카터 페이지(트럼프 캠프 외교 자문) 도청 영장 신청 과정에 17건의 "심각한 부정확성과 누락"이 있었다고 결론. 즉 수사 시작 자체는 정당했지만 진행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거.

그리고 코미 본인도 절차 위반 판정 받았어. 2019년 법무부 감찰관실은 코미가 메모를 친구한테 준 행위가 FBI 정책 위반이라고 결론. 메모 일부에 기밀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는 거. 다만 형사기소 기준은 안 넘는다고 판단해서 처벌은 안 했어.

그래서 코미는 왜 ‘딥 스테이트의 얼굴’이 됐나

이 사건이 코미의 평판을 결정지었어. 그리고 양쪽이 다 이 사람을 안 좋아하게 만들었어.

민주당이 코미를 안 좋아하는 이유: 2016년 대선 직전, FBI 국장이었던 코미가 갑자기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수사를 재개했어. 본인 자의적 판단이었어. 이게 사실상 트럼프 당선의 결정적 변수가 됐다는 게 정설이야.

트럼프가 코미를 못 잊는 이유: 본인이 임명한 게 아니라 본인이 해고한 FBI 국장이, 본인과의 사적 대화를 일방적으로 기록하고 친구 통해 언론에 유출시켜 특검을 끌어들였어. 그 특검이 본인 측근들을 줄줄이 기소하게 만들었고. 트럼프 입장에선 단순한 정치적 적이 아니야.

여기서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는 개념을 잠깐 짚자. 우리한테는 좀 생소할 수 있는데, 미국 보수 정치 담론의 핵심 키워드야.

딥 스테이트가 뭐냐. 직역하면 "심층 국가". 대통령은 4년마다 바뀌지만, FBI·CIA·국무부 같은 기관의 고위 관료들은 안 바뀌고 계속 자리에 있잖아. 이 사람들이 선출되지 않았는데도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면서,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대통령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음모론적 시각이야.

원래는 1990년대 튀르키예 정치에서 나온 용어인데(군부와 정보기관의 그림자 권력을 가리키던 말), 미국에선 트럼프 1기 때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어. 트럼프 본인이 자주 입에 올렸고. 위키백과에 따르면 트럼프는 1기 때 "법무부가 코미를 기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무부를 직접 "딥 스테이트의 일부"라고 규정한 적이 있어. 이게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트럼프의 핵심 정치 프레임이라는 거지.

여론조사 수치가 흥미로워. 2019년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조사에서 공화당원의 70%, 무당파의 38%, 민주당원의 13%가 "딥 스테이트가 트럼프를 끌어내리려 한다"는 데 동의했어. 보수 진영 안에선 이게 압도적 다수의 세계관이라는 거야.

물론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돼. 미국 안에 실제로 하나의 비밀조직이 있고, 코미가 그 조직의 지휘관이었다는 뜻은 아니야. 중요한 건 트럼프 진영이 어떤 방식으로 코미를 기억하느냐야.

그들의 눈에 코미는 딥 스테이트라는 상상력을 한 사람 안에 압축해놓은 인물이야.

첫째, 직책 자체. FBI 국장은 미국 정보·수사 기관의 최정점이야. 둘째, 임기 보장. FBI 국장 임기는 10년이라 정권 바뀌어도 못 자르는 게 원칙이야(트럼프가 코미를 4년차에 자른 게 그래서 큰 사건이었어). 셋째, 행위. 본인 임명권자(현직 대통령)와의 사적 대화를 일방적으로 기록하고 친구 통해 언론에 유출시켜 특검을 끌어들였어. 트럼프 진영 입장에선 "선출되지 않은 관료가 선출된 대통령을 사적 메모로 무너뜨리려 한 결정적 사례"인 거지.

그래서 코미는 딥 스테이트의 “증거”라기보다, 딥 스테이트라는 정치적 서사를 작동시키는 가장 강력한 얼굴이 됐어. 트럼프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코미를 놓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코미를 처벌하는 건 단순한 사적 보복이 아니라, 지지층에게는 “다시는 비선출 권력이 보수 대통령을 흔들지 못하게 만드는 재발 방지”로 읽히는 거야.

그리고 또 하나. 코미가 메모를 유출시킨 사실은 본인이 인정했지만, 2020년 상원 청문회에서 "언론 유출을 누구한테 지시한 적 없다"고 증언한 게 위증이라는 의심이 있어. 1차 기소(이번에 깨진 그 사건) 사유가 바로 그거였어. 그 메모가 뭐였냐면, 트럼프가 코미한테 "플린 수사 좀 흘려보내줘"라고 한 그 1대1 면담 기록이었어. 본인이 그 메모를 친구한테 줘서 NYT에 흘러가게 만든 사람이면서, 청문회에선 "유출 지시한 적 없다"고 했다는 거지.

이게 트럼프 지지자들이 "코미는 처벌받아 마땅하다"는 말이 단순 보복심리만은 아니라고 보는 근거야. 실제 절차 위반이 공식 확인됐고, 위증 의혹도 근거가 있다는 거지.

여기까지가 배경. 이제 본 이야기로 돌아가자.

2부. 사건의 시간순 재구성

4개월 뒤, 진짜 기소장이 날아온다

2025년 9월. 트럼프 법무부가 코미를 기소했어. 조개껍질 건이 아니라, 방금 말한 그 위증·사법방해 건. 그런데 기소를 밀어붙인 검사가 좀 묘했어. 린지 핼리건이라는 사람. 트럼프의 전 백악관 보좌관이자 본인 개인 변호사 출신이야. 검사 경력 거의 없는 인물을 트럼프가 본인 손으로 "임시 연방검사" 자리에 꽂아넣었거든.

뭐 그래도 기소는 들어갔어. 코미는 무죄 주장했고.

근데 두 달 뒤인 11월. 판사가 사건을 통째로 기각해버렸어.

이유가 압권이야. "이 검사는 합법적으로 임명된 사람이 아니다."

상원 인준 절차를 우회한 임명이라, 그 검사가 한 모든 기소 행위가 무효라는 거야. 코미가 무죄라서 깨진 게 아니라, 칼을 든 사람이 칼 들 자격이 없어서 깨진 거지. "코미가 잘못한 게 없다"가 아니라 "절차가 엉망이었다"는 게 더 정확해.

여기서 보통은 한 번 망신당했으니 좀 물러나야 정상이잖아. 근데 트럼프가 어떻게 했냐면.

4월 초, 법무장관이 잘렸다

법무장관 팜 본디. 트럼프가 본인 손으로 임명한 사람이야.

근데 잘렸어. 사유는 "정적들을 충분히 강경하게 다루지 않는다." 트럼프는 작년부터 트루스소셜에 대놓고 글을 올려왔거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코미, 레티시아 제임스,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민주당 상원의원)를 잡아라."

후임 권한대행을 누구로 앉혔을까? 토드 블랜치. 트럼프 본인의 전 개인 변호사야.

대통령이 정적 잡으라고 공개 압박하다가, 충분히 강경하지 않다며 법무장관 자르고, 자기 변호사를 그 자리에 앉힌 거야.

근데 사건은 여기서 한 번 더 꺾여.

4월 25일 토요일 밤, 워싱턴 힐튼 호텔

매년 봄에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만찬이라는 게 열려. 트럼프는 1기 때 한 번도 안 갔는데, 2기 들어 처음 참석한 자리였어.

그날 밤 8시 40분쯤. 한 남자가 산탄총이랑 권총으로 무장한 채 호텔 보안검색대를 그대로 뚫고 들어왔어.

콜 토머스 앨런. 31살. 캘리포니아 토런스에서 학원 강사를 하던 컴퓨터공학 석사. 캘텍에서 기계공학 학위 받은 사람이야. 극단주의 조직 연결도 없고 정치활동 이력도 거의 없었어.

총성이 울렸어. 비밀경호국 요원이 방탄조끼에 한 발 맞고 쓰러졌고. 다행히 살았어. 트럼프와 멜라니아는 즉시 이송. 앨런은 현장에서 체포됐어.

가족들한테 보낸 이메일에서 자기 자신을 이렇게 칭하고 있었어.

"Friendly Federal Assassin(친절한 연방 암살자)"

매니페스토엔 이런 문장이 있었어. "나는 더 이상 소아성애자, 강간범, 반역자가 그의 범죄로 내 손을 더럽히는 걸 허용할 수 없다."

여기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짚는 지점이 있어. 굵게 표시한 저 단어들. "소아성애자, 강간범, 반역자". 이건 지난 몇 년간 미국 진보 매체와 민주당 정치인들이 트럼프에게 일상적으로 붙여온 라벨이야. 2024년 7월 버틀러 유세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도, 9월 골프장 총격범 라이언 라우스도 비슷한 패턴이었어.

지지자 입장에선 단순한 광인의 사건이 아니라, "민주당이 트럼프를 히틀러·독재자로 묘사한 결과 정신이상자들이 진짜로 총을 든다"는 패턴의 세 번째 사례인 거지.

이게 사흘 뒤 코미 재기소의 정치적 분위기야.

4월 28일 화요일, 코미가 다시 기소된다

노스캐롤라이나 동부 연방 대배심이 코미를 두 가지 혐의로 기소했어. 대통령 살해·신체적 위해 협박, 그리고 그 협박을 주(州) 간 통신으로 전달한 혐의. 근거? 1년 전 그 조개껍질 사진 한 장.

기소장 문구. "사정을 아는 합리적 수신자라면, 이 사진을 미합중국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진지한 의도의 표현으로 해석할 협박에 해당한다."

블랜치 권한대행 기자회견. "이번 사건이 피고인 이름 때문에 독특해 보이긴 하지만, 그 행위는 우리가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항상 수사하고 정기적으로 기소해온 행위와 같은 종류다."

기자가 물었지. "사진 외에 다른 증거가 있나요?" 블랜치 답변. "엄청난 양의 수사가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안 밝혔어.

코미는 그날 본인 Substack에 영상을 올렸어.

"나는 여전히 무죄다. 여전히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전히 독립된 연방 사법부를 믿는다. 자, 가보자(let's go)."

4월 29일 수요일, 자수 그리고 체포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 자수 직후 정식 체포 처리. 첫 법정 출석은 7~10분 만에 끝났어.

판사는 윌리엄 피츠패트릭 연방치안판사. 1차 기소를 통째로 기각시켰던 바로 그 판사야.

판사가 한 말. "지난번에 보석 조건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검찰이 보석 조건을 요청했지만 거절. 무조건부 석방.

코미 변호인단이 마지막에 던진 카드. "우리는 이 사건을 '선택적·보복적 기소'로 규정해 기각 신청을 낼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1년간 트루스소셜 발언, 본디 경질 사유, 블랜치 임명 경위. 이거 다 증거로 보존하라고 정부에 요청했어.

3부.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인가

트럼프의 반응

같은 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 기자들이 물었어. "코미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때문에 본인 생명이 위험하다고 느꼈나요?"

"아마도. 모르겠다. 내가 본 것들에 비춰보면, 그렇다. 코미 같은 사람들이 정치인들에게 엄청난 위험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발언. "범죄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86이 마피아 용어로 '죽여라'라는 뜻인 걸 안다. 영화 본 적 있나? 마피아가 부하한테 '86해버려'라고 말하면 그건 죽이라는 뜻이다."

다음날인 4월 30일 정오. 트럼프는 본인 SNS 트루스소셜에 직접 글을 올렸어. 좋아요 26.5천, 리트루스 7.1천을 받은 글이야.

"86은 마피아 용어로 '그를 죽여라(kill him)'를 뜻한다. 그들이 86 him! 이라고 말한다. 86 47은 '트럼프 대통령을 죽여라'는 뜻이다. 더러운 경찰(Dirty Cop) 제임스 코미, 최악 중 하나는 이걸 똑똑히 알고 있다! 8마일 밖, 6피트 아래(EIGHT MILES OUT, SIX FEET DOWN)! 그가 이것에 대해서도 FBI에 거짓말하지 않았나??? 그랬을 거다! 트럼프 대통령."

이 짧은 글에 사건의 모든 게 압축돼 있어.

첫째, "86 = 죽여라"라는 해석을 본인이 직접 쐐기 박았어. 어제 백악관에서 했던 구두 발언을 SNS에 글로 박음으로써 공식화한 거야.

둘째, "6피트 아래(SIX FEET DOWN)" 표현. 미국 영어에서 6피트 아래는 무덤 깊이를 가리켜. "땅속에 묻힌 시신"이라는 뜻이야. 본인이 협박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본인은 트루스소셜에서 협박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쓴 거지.

셋째, "FBI에 거짓말하지 않았나" 부분. 이게 결정적이야. 1차 기소(2025년 9월) 사유가 바로 코미의 위증·사법방해 혐의였고, 그게 절차 하자로 깨졌었잖아. 트럼프는 지금 코미를 협박죄로 기소하면서, 동시에 트루스소셜에서 위증 혐의도 다시 들고 나오고 있어. "협박죄로 안 되면 위증죄로라도 잡겠다"는 의지의 공개 선언이야.

넷째, "더러운 경찰" 같은 인격 비난. 사건의 법적 다툼이 아니라 트럼프 본인의 사적 분노가 핵심이라는 걸 SNS 톤이 그대로 보여줘.

여기서 한 가지 짚자. 코미 측 변호인단이 어제 법정에서 "트럼프의 모든 공개 발언을 증거로 보존하라"고 정부에 요청한 게 있었지. 이 트루스소셜 글이 정확히 그 증거야. 변호인단의 "선택적·보복적 기소" 기각 신청이 들어가면, 이 글이 법정에 그대로 제출돼. 트럼프가 본인 SNS에 사건을 직접 지휘하는 것처럼 글을 쓰는 행위 하나하나가 코미 변호인단한테는 증거 자료가 되는 셈이야.

근데 사실관계 짚자.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86"을 어떻게 풀이하냐면 이래. "내쫓다, 거절하다, 처분하다." "죽이다"라는 의미는? 사전이 명시적으로 적어둬. "이 의미는 비교적 최근에 생겼고 사용 빈도가 드물어, 사전에 정식 등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86 + 대통령 숫자"는 양당이 다 써왔어. 2020년 미시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민주당)는 인터뷰 때 "86 45" 피규어를 책상에 두고 출연했고(45는 1기 트럼프), 보수 평론가 잭 포소비엑은 바이든 시기에 "86 46" 트윗을 올렸어. 둘 다 기소 안 됐고.

양쪽이 다 들고 있는 거울

여기서 중요한 게, 이 사건이 단순한 "트럼프의 권위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야.

트럼프 지지자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카드. 트럼프는 1기 끝나고 2024년 사이에 4건의 형사기소를 당했어. 기밀문서, 1·6 사태, 조지아 선거 개입, 스토미 다니엘스 입막음. 민주당 성향 검사들이 주도했고, 뉴욕에선 유죄 평결까지 받았어.

지지자들 논리. "민주당은 트럼프를 4번 기소하고 유죄까지 받아냈는데, 우리가 코미 한 번 기소하는 건 왜 보복이냐?"

이거 만만하게 볼 카드가 아니야. "선택적 기소"라는 비판은 양쪽이 거울처럼 들고 있는 거거든. 트럼프 본인이 4번 기소받을 때 그의 지지자들이 했던 말이 지금 코미 변호인단이 하는 말과 거의 똑같아. "정치적 보복", "선택적 기소", "사법의 무기화."

법조계 다수가 "조개껍질 사진으론 협박죄 성립 어렵다"고 보긴 해. 2023년 연방대법원 Counterman v. Colorado 판례상, 발신자가 "그 메시지가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거든. 산책 중 발견한 조개껍질 사진이 이걸 넘긴 어렵다는 게 다수 의견이야.

근데 이 다수 의견이 어느 쪽에서 나오느냐가 또 문제야. 미국 법조계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서, 진보 성향 법학자들이 코미 기소를 회의적으로 보는 만큼이나 보수 성향 법학자들은 트럼프 4건 기소를 회의적으로 봤어.

그래서 우리가 봐야 할 것

이게 우리한테 그냥 "외신 이상한 뉴스"로 흘러갈 일이 아니야. 우리나라 정치 지형 양쪽 다한테 의미가 있어.

우리나라 진보 입장에서 보면 이래. 미국식 사법 시스템이 검찰개혁 논의의 암묵적 기준점이었는데, 그 기준점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 대통령이 본인 변호사를 법무장관 대행에 앉히고 정적을 사흘 만에 다시 기소하는 풍경이 미국에서 벌어진다.

우리나라 보수 입장에서 보면 이래. 정권 교체 후 전 정권 인사가 수사받는 건 우리나라에선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모두 겪은 일상이야. "우리는 매번 하는 일을 미국이 한다고 왜 호들갑이냐"는 시선이 가능하지. 그리고 우리나라 진보가 윤석열의 검찰권은 "정치 검찰"이라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는 "정의 실현"이라 했던 이중잣대도 같은 거울에 비춰볼 만해.

근데 양쪽이 다 동의해야 할 지점이 하나 있어.

진짜로 트럼프를 죽이려고 워싱턴 한복판에서 총을 쏜 사람이 사흘 전에 잡혔어. 그 와중에 1년 전 조개껍질 사진 찍은 70대 노인을 같은 "대통령 협박" 카테고리로 기소한다. 이 두 사건이 같은 법조항으로 묶이는 순간 뭔가 이상해지는 거야. "협박"이라는 개념의 무게 자체가 변질되거든.

진짜 시험대

코미는 일단 풀려났어. 다음 절차는 노스캐롤라이나 뉴번 연방법원의 정식 기소인부절차. 변호인단의 "선택적·보복적 기소" 기각 신청이 1차 분기점이야.

근데 이 사건의 진짜 의미는 코미 한 명의 운명에 있지 않아.

미국 사법 시스템이 양극화의 보복 사이클에 들어선 지 한참 됐어. 민주당이 트럼프를 4번 기소하고, 트럼프가 정권 잡자 코미·제임스·시프를 기소하고, 다음 정권이 또 누군가를 기소하고. 이 사이클이 멈추는 지점이 어디인가.

그리고 이 풍경, 우리한테는 익숙할 거야.

지난 20년 우리나라 정치를 한번 돌이켜봐. 2009년 이명박 정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어. 노무현은 수사 도중 자살했지. 그러고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이 이명박을 수사했어. 구속, 징역 17년. 같은 해 박근혜도 탄핵·구속, 징역 22년. 그리고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이번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수사받았어. 조국, 송철호, 임종석. 그러다 2024년 12월, 윤석열 본인이 비상계엄 선포 후 탄핵당하고 구속됐고.

전직 대통령 5명 중 4명이 본인 또는 가족이 형사처벌을 받았어. 한 명은 자살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이 검찰 조사실에 줄을 섰어.

처음엔 다들 "이번 한 번이지, 설마 매번 이러겠어"라고 생각했어. 근데 매번 그랬어. 그게 표준이 됐지. 한 번 시작된 보복 사이클은 안 멈추거든. "우리가 당했으니 너희도 당해야 한다"가 어느 순간 정치의 기본 문법이 돼버렸어.

결과가 어떻게 됐냐. 검찰은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양 진영에서 동시에 받게 됐어. 판결마다 "어느 쪽 판사냐"가 먼저 화제가 됐고. 사법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바닥을 쳤어. 정치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양쪽 다 자기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해. 그리고 양쪽 다 어느 정도는 진짜 피해자야. 양쪽 다 패배자가 되는 결말이라는 거지.

이게 우리가 끝까지 가본 길이야.

미국은 지금 그 입구에 막 들어선 거고. 2023~24년 민주당이 트럼프를 4번 기소했을 때, 미국 사람들도 "이번 한 번이지"라고 생각했을 거야. 근데 트럼프가 정권 잡자마자 코미·제임스·시프 기소가 들어왔어. 다음에 민주당이 정권 잡으면? 또 누군가를 기소하겠지. 이미 사이클이 돌기 시작한 거야.

오늘 코미가 차 타고 법원 빠져나간 그림은 사건의 끝이 아니야. 미국이 보복 수사 사이클의 시작점에 들어섰다는 신호지. 그리고 우리는 이 풍경의 다음 장면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이미 알고 있어. 우리가 한 바퀴 돌아봤거든.

좋은 결말은 아니었어.


출처

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하고 의견 남기기

로그인하면 댓글·투표·북마크를 사용할 수 있어요.

제목작성자작성일추천조회수
외교1165로파트·외교··추천 1·조회 165·11
국제012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2·9
외교134로파트·외교··추천 1·조회 34·9
국내172로파트·국내··추천 1·조회 72·16
국제020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20·8
국제016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6·9
외교2108로파트·외교··추천 2·조회 108·15
국제
조개껍질 사진 한 장에 체포된 전직 FBI 국장 제임스 코미, 트럼프 딥 스테이트 보복의 시작
0117정치텔러·국제··추천 0·조회 117·20
국제0330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330·16
외교0112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112·10
외교099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99·8
외교098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98·7
외교0132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132·6
외교080빠뜨레옹·외교··추천 0·조회 80·7
국제067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67·4
국제0104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04·6
국내087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87·7
국제070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70·9
국제0107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07·12
국내070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70·7
국제079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79·9
국제0101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01·9
국내1118김알빠노·국내··추천 1·조회 118·7
외교082빠뜨레옹·외교··추천 0·조회 82·5
국제079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79·4
국내0111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111·6
국내082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82·11
외교098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98·7
외교0102빠뜨레옹·외교··추천 0·조회 102·4
국내0104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