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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 만에 채워진 자리 - 새 주한 미국대사 미셸 박 스틸

로파트·
·조회 0123456789001234567890·7

15개월 만이다. 서울에 미국 대사가 없었던 기간이. 바이든이 임명한 필립 골드버그 대사가 2025년 1월 한국을 떠난 뒤로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계속 비어 있었다. 동맹국이라 불렀고 핵심 파트너라고 했는데 정작 워싱턴은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그 의자가 채워졌다. 아주 특정한 이름으로.

미셸 박 스틸은 누구인가

4월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미셸 박 스틸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해 상원에 인준 요청서를 보냈다. 백악관 공식 발표문에 이름이 올랐다.

미셸 스틸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공식 초상.
United States House of Representatives / Public Domain · via Wikimedia Commons

한국명 박은주, 1955년 서울 출생.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두 번 지냈다(2021–2025).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아시안·태평양계 자문위원을 맡았고, 2024년 선거에선 베트남계 민주당 후보 데릭 트랜에게 약 650표 차로 졌다. 그 뒤로 재기할 자리를 찾고 있었다.

표결 기록이 말해주는 것

스틸의 색깔은 이력보다 표결 기록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중국 문제가 가장 분명하다. 스틸은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위원이었고,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이 직접 꾸린 중국특별위원회(House Select Committee on the CCP)에도 임명됐다. 중국 공산당 인권 문제와 대만 방어, 공급망 디커플링, 공자학원 반대 — 의제 대부분에서 강경 입장을 지켰다. 대만 방어 관련 입법은 2025년도 국방수권법(NDAA)에도 일부 반영됐다. 이건 부풀릴 것 없이 있는 그대로 대중 강경파다.

국내 사회 이슈 쪽도 선명하다. 2021년 2월 평등법(Equality Act) 반대, 2022년 7월 결혼존중법(Respect for Marriage Act) 반대. 두 법 모두 성소수자 권리와 직결된 법안이었고, 스틸은 반대 쪽이었다. 코로나 시기엔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로 마스크 의무화에 반대했고 학교 폐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연방 하원에 온 뒤로는 외국인 입국자 백신 증명 의무 폐지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트럼프 2차 탄핵 때는 반대표를 던졌다. 1월 6일 당시 본인은 코로나 확진으로 선거인단 인증 표결에는 불참했지만, 며칠 뒤 탄핵 표결에서는 반대 쪽에 섰다.

여기까지가 기록이다.

기록과 소문을 구분해야 한다

한국 일부에서 스틸에 대해 도는 이야기 중엔 기록에 근거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이걸 섞어버리면 글 전체가 무너진다.

"대선 부정선거 대응 팀장"이나 "백신사기극 원인규명 책임자 처벌 요구 운동본부장" 같은 직책은 확인되지 않는다. 스틸이 그런 조직의 수장이었다는 기록은 미국 쪽 자료 어디에도 없다. 2020년 캘리포니아 공화당이 "비공식 투표함"을 설치해 논란이 된 사건에서 스틸 캠프 스태프가 연루된 사진이 SNS에 올라온 적은 있지만, 그건 스틸 본인의 직책이 아니라 캠프 실무진 사고에 가깝다. "민주당이 반역세력"이라는 식의 발언도 스틸의 공개 기록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트럼프 탄핵이 불법이다"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스틸은 탄핵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지만, 탄핵 자체가 위헌이라는 식의 공개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탄핵 건에 대해 대외적으로 말을 아꼈다는 게 당시 보도다.

요약하면 이렇다. 대중 강경, 사회 이슈 보수, 트럼프 진영 — 여기까지는 표결 기록이 뒷받침한다. 그 이상으로 나아가 "부정선거 투사"니 "백신 음모론 전사"니 하는 캐릭터를 덧붙이는 건 한국 정치 지형에서 스틸을 특정 프레임으로 쓰고 싶은 사람들의 해석이지 사실관계가 아니다. 이 둘을 섞으면 스틸이 인천공항에 내리기도 전에 서울에서 그의 이미지가 먼저 왜곡된다.

1년 넘게 비어 있던 자리

전임 골드버그는 바이든이 보낸 직업 외교관이었고, 트럼프 백악관과는 결이 맞지 않았다. 그가 떠난 뒤 1년 동안 조지프 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잠깐 대사대리를 맡았고, 2025년 10월부터는 케빈 김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가 대사대리로 자리를 메웠다. 대사대리는 임시고, 한국 정부는 1년 넘게 진짜 카운터파트 없이 버텼다.

일본과 중국은 달랐다. 트럼프는 두 나라 대사를 당선인 시절에 이미 지명해 작년 4–5월에 부임시켰다. 한국만 계속 비워뒀다.

그 1년이 어떤 1년이었는지는 다들 안다. 관세 협상이 삐걱댔고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한국 정부가 대중국 접근을 넓히려 한다는 해석도 워싱턴에서 흘러나왔다. 하필 그 1년 내내 공식 채널이 비어 있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스틸이 한국계라는 건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결을 책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다. 한국어도 유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에서 통역 한 단계가 빠지면 농담이 살아남고 행간이 전달된다. 작은 차이 같지만 실무에선 절대 작지 않다.

게다가 그는 색이 분명한 공화당원이다. 워싱턴이 누구를 보내느냐 자체가 메시지라면, 이번 메시지가 무슨 색인지는 굳이 풀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중국 강경, 트럼프 충성, 한국계. 이 세 좌표가 한 사람에게 모여 있다. 우연히 맞춰졌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도 과속은 금물

흥분하기 전에 멈출 지점이 있다. 대사는 외교관이지 국내 정치 플레이어가 아니다. 스틸이 인천공항에 내려서 할 일은 동맹 관리, 무역 협상, 대북 공조, 대중국 라인 조율이지 한국 국내 정치의 어느 편을 드는 일이 아니다. 본인의 미국 내 표결 기록이 보수적이라는 것과, 그가 주재국 정치에 개입할 거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둘을 혼동하는 순간 서울의 해석이 워싱턴의 의도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스틸에게는 행정 투명성 관련 약점도 있다.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시절 코로나 식사 지원 프로그램 120만 달러 계약을 본인 캠프 인쇄·메일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이 2024년 선거 막판에 터졌다. 식사 단가가 다른 지역의 세 배였다는 LAist 보도가 나왔고, 이 건은 그가 낙선한 한 요인으로 꼽힌다.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 건이 다시 불려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인준 절차도 남았다. 상원 외교위 청문회, 본회의 표결, 그리고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 — 받는 나라가 보내는 쪽 인선에 동의하는 공식 절차 — 이 세 관문을 다 통과해야 한다. 보통 몇 달 걸린다.

남는 건 우리 쪽 과제

워싱턴이 15개월 동안 사람을 안 보낸 건 무관심보다는 신중 쪽이었다고 본다. 누구를 보낼지가 아니라 어떤 신호를 보낼지를 정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 결정이 이번에 났다. 직업 외교관 대신 정치인, 그것도 한국계, 보수, 트럼프 진영. 이 조합이 의도 없이 나왔다고 보는 쪽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정확한 의도는 앞으로 몇 달이 말해줄 것이다. 지금 확실한 건 하나다. 워싱턴이 다시 서울을 진지하게 보고 있다는 것.

다만 한국 쪽에서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스틸을 한국 국내 정치 구도에 끌어들여 "우리 편"이나 "저쪽 편"으로 색칠하려는 시도다. 그의 표결 기록이 보수적이라는 사실과, 한국 보수 진영의 대리인 역할을 할 거라는 기대는 완전히 다른 층위의 이야기다. 미국 대사가 한국 국내 정치 구도에 한 발이라도 들이는 순간 그는 대사로서 기능을 잃는다. 그걸 가장 먼저 알아차릴 사람이 스틸 본인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우리 쪽이다. 미국이 카드를 꺼냈는데, 우리에게도 꺼낼 카드가 있는가. 그 카드를 누가 어떻게 꺼낼지 정해져 있는가. 정작 무거운 쪽은 그 무게를 받아낼 우리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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