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하루 통행 선박 5척,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 가격이 붙고 있다

로파트·
·조회 0123456789001234567890·4

140척에서 5척으로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에서, 24시간 동안 배가 5척만 다녔다. 로이터가 4월 24일자 선박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수치다. 이란 전쟁 발발 전 호르무즈의 하루 평균 통항량은 약 140척이었다. 96% 감소다.

휴전은 발효됐고, 해협은 법적으로 닫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배가 안 들어온다. 이 부조리를 풀어내면 한국 미디어가 거의 다루지 않는 진짜 이야기가 보인다. 이란은 지금 해협을 단순히 막거나 여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연 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국가가 되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처음에 "beautiful thing"이라고 했다

Arab Gulf Business Insigh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4월 중순 이란의 통행료 제안을 두고 "beautiful thing"이라며 환영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다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그들이 통행료를 걷고 있다면, 당장 멈추는 게 좋다"는 식이다. 미국 본인이 지금 이란 항만을 봉쇄하면서 자유항행 원칙을 깨고 있다는 점도 같은 보도가 짚었다.

이게 왜 중요한가. 미국이 흔들리는 사이 통행료 논의 자체가 협상 테이블 위에 잠시라도 올라간 적이 있다는 사실이 남는다. 한 번 올라간 안건은 다음 협상에서도 등장한다. 이란 입장에선 본 게임에서 못 받아내도 손해가 아니다.

통행료의 95%는 이란이 아니라 사우디가 낸다

여기서 한국 미디어가 거의 짚지 않은 디테일이 있다. 브뤼셀 자유대학교 경제학 교수 군트람 볼프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통행료 비용의 최대 95%가 걸프 산유국 부담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원유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운송 비용 인상은 결국 판매자가 흡수하는 구조다.

뜻을 풀면 이렇다. 이란은 지금 사우디·UAE·쿠웨이트의 수출 수익에 직접 손을 넣겠다는 뜻이다. 핵 협상 카드보다 훨씬 직접적인 압박이다. UAE 산업기술부 장관 술탄 알 자베르가 "해협은 어떤 조건도 없이 완전히 열려야 한다"고 강도 높게 발언한 이유가 여기 있다. 표면상 사우디·UAE는 미국 편이지만, 통행료 문제에서는 이해관계가 미국보다 더 절박하다.

싱가포르가 먼저 움직인 이유

자유아시아방송(RFE/RL)이 4월 보도에서 짚은 사실. 싱가포르가 호르무즈 통과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의아해 보이지만 지도를 보면 이유가 명확해진다. 싱가포르는 말라카 해협을 끼고 있고, 여기로 세계 해상 원유의 22%가 통과한다. 호르무즈에서 통행료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음 차례는 말라카가 될 수 있다.

이게 이번 사안의 진짜 무게다. 호르무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 해협 전체의 운영 원칙이 흔들린다. 보스포러스, 지브롤터, 베링 해협. 모두 이번 선례의 영향권이다. 한국이 의존하는 말라카 해협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정유사가 미국 원유로 못 갈아타는 진짜 이유

한국 미디어가 자주 언급하는 처방은 미국산 원유로의 다변화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거의 빠지는 숫자가 있다. 한국 정유사 설비는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다. 경질 셰일오일로 처리 라인을 갈아끼우는 데 드는 비용은 업계 추산으로 배럴당 500~3000달러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급 정유 단지 한 곳을 환산하면 수조 원 단위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다변화는 실제로는 "비싸도 산다"는 형태로 나타난다. 지난해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7%였고, 그중 99%가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이 숫자는 단기간에 안 바뀐다. 통행료가 배럴당 1달러만 부과돼도, 한국 정유사가 1년에 떠안는 추가 비용은 수억 달러 단위다. 결국 휘발유 펌프와 항공권 가격에 얹힌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반론이 있다. "한국은 이미 비축유 208일치로 대비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비축유는 공급 중단 때 쓰는 카드지, 매일의 통행료를 막아주지 않는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베이스라인 비용 인상이다.

다시 열려도 같은 해협이 아니다

이번 협상에서 이란이 통행료를 받든 못 받든, 해협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96% 감소라는 시장 행동이 그 증거다. 다음 위기에서도 같은 카드는 다시 등장한다.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싱가포르가 먼저 막아선 자리에서, 한국은 어디 서 있나. 말라카 해협은 한국에게도 호르무즈만큼 중요하다.


출처

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하고 의견 남기기

로그인하면 댓글·투표·북마크를 사용할 수 있어요.

제목작성자작성일추천조회수
외교1175로파트·외교··추천 1·조회 175·11
국제013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3·9
외교135로파트·외교··추천 1·조회 35·9
국내172로파트·국내··추천 1·조회 72·16
국제020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20·8
국제016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6·9
외교2108로파트·외교··추천 2·조회 108·15
국제0117정치텔러·국제··추천 0·조회 117·20
국제0330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330·16
외교0112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112·10
외교099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99·8
외교098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98·7
외교0132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132·6
외교080빠뜨레옹·외교··추천 0·조회 80·7
국제
하루 통행 선박 5척,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 가격이 붙고 있다
067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67·4
국제0104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04·6
국내087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87·7
국제070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70·9
국제0107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07·12
국내070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70·7
국제079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79·9
국제0101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101·9
국내1118김알빠노·국내··추천 1·조회 118·7
외교082빠뜨레옹·외교··추천 0·조회 82·5
국제079로파트·국제··추천 0·조회 79·4
국내0111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111·6
국내082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82·11
외교098로파트·외교··추천 0·조회 98·7
외교0102빠뜨레옹·외교··추천 0·조회 102·4
국내0104빠뜨레옹·국내··추천 0·조회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