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하나 날렸다고 대통령이 사과했다. 김정은은 "대범하다"고 칭찬했다.
- 1.드론 하나 날렸다고 대통령이 사과했다. 김정은은 "대범하다"고 칭찬했다.
- 2."들었다"라는 말로 윤석열 평양 무인기 의혹으로 30년 구형

4월 6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북한에 유감을 표명했다.
몇 시간 뒤, 김여정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답했다. "우리 국가수반(김정은)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 이걸 읽고 드는 감정이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건가? "대범하다"는 칭찬을 받았으니까? 근데 왜 이렇게 씁쓸하지.
무슨 일이 있었나
타임라인부터 정리하자. 팩트만.
2025년 9월~2026년 1월 — '오' 씨 성의 대학원생이 국정원 직원 1명, 현역 군인 2명의 도움을 받아 민간 드론을 북한으로 4차례 보냈다. 감시 장비가 탑재되어 있었고, 북한 개성 일대를 비행하며 영상을 촬영했다. (SCMP)
2026년 1월 — 북한이 드론 한 대를 격추했다고 발표. 잔해 사진까지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처음에 "모른다, 민간인 소행일 수 있다"고 부인. (Bloomberg)
1월 14일 — 김여정이 등장. "사과하라"고 요구. (Korea Times)
2월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가톨릭 미사 축사에서 유감을 표함. 김여정은 이를 "비교적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걸로 끝내려 하지 마라"고 경고.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주권 침해가 반복되면 비례를 초월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Seoul Economic Daily, Washington Post)
3월 25일 — 대학원생 '오' 씨 기소. 군-경찰 합동수사단이 국정원 직원과 현역 군 장교 2명을 검찰에 송치.
4월 6일 —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에서 공식 유감 표명. "우리 정부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소수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초래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 (중앙이코노미뉴스)
같은 날 저녁 — 김여정 담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평화와 안정을 말로만 외울 것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모한 일체의 도발행위를 중지하며 그 어떤 접촉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머니투데이, 서울신문)
사실 여기까지만 읽어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거다.
"솔직하고 대범하다"는 칭찬의 진짜 의미
김정은이 이재명 대통령을 "솔직하고 대범하다"고 평가했다. Bloomberg는 이걸 "rare praise(이례적 칭찬)"이라고 보도했고 (Bloomberg), Taipei Times는 "wise(현명한)"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Taipei Times).
근데 잠깐. 이걸 좀 뒤집어서 생각해보자.
"솔직하고 대범하다"는 건 뭘까. 풀어쓰면 이거다: "네가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이건 대등한 관계에서 나오는 칭찬이 아니다. 이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잘했어"라고 하는 뉘앙스다.
그리고 김여정의 담화 뒤쪽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일체의 도발행위를 중지하라", "그 어떤 접촉시도도 단념하라." 칭찬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면 경고다. "사과 잘 했어. 근데 다시는 건들지 마."
사실 이 패턴, 2월에도 똑같았다. 정동영 장관이 유감 표했을 때도 "합리적이다"라고 한마디 던져놓고 바로 "재발 방지하라, 안 그러면 응징하겠다"고 했으니까.
칭찬이 아니라 길들이기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반응하고 있는 거다.
근데 걔네는 사과한 적 있나?
이 질문이 모든 것의 핵심이다. 그래서 정리해봤다. 북한이 우리에게 한 일들 중, 사과를 받은 게 하나라도 있는지.
천안함 피격 (2010.3.26) — 북한 어뢰 공격으로 해군 초계함 침몰. 장병 46명 전사. 국제합동조사단이 북한 소행으로 결론. 북한의 반응? "모략극"이라며 인정조차 거부. 사과는 당연히 없다. (위키백과)
연평도 포격 (2010.11.23) — 선전포고도 없이 연평도를 포격. 해병대원 2명, 민간인 2명 사망. 민간인이 죽었다. 북한의 반응? "남한이 먼저 쐈다"고 주장. 사과? 없다. (VOA)
무인드론 영공 침범 (2022.12.26) — 북한 무인기 5대가 서울 상공까지 진입. 전투기까지 출격했지만 한 대도 격추 못 함. 오히려 우리 합참의장이 "못 잡아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 북한? 아무 말 없음. (PBS News)
오물풍선 (2024.5~11) — 쓰레기, 분뇨, 폐건전지 등을 매단 풍선 약 5,751개를 대한민국에 살포. 서울 주택가에도 떨어졌다. 김여정의 반응? "우리가 저들이 늘상 하던 일을 좀 해보았는데 왜 야단이냐." 사과? 당연히 없다. (나무위키)
정리하면 이렇다.
사건 | 피해 | 북한의 사과 |
|---|---|---|
천안함 피격 (2010) | 46명 전사 | ❌ "모략극" 주장 |
연평도 포격 (2010) | 민간인 포함 4명 사망 | ❌ "남한이 먼저 쏨" |
드론 영공침범 (2022) | 서울 상공 진입 | ❌ 묵묵부답 |
오물풍선 (2024) | 5,751개 투하 | ❌ "왜 야단이냐" |
0건. 단 한 번도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46명이 죽었을 때도 안 했다. 민간인이 포탄에 맞아 죽었을 때도 안 했다. 서울 하늘에 드론이 떠다녔을 때도 안 했다. 집 앞에 분뇨가 떨어졌을 때도 안 했다.
근데 우리는? 감시용 드론 하나 날린 걸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유감 표명. 그리고 김정은한테 "대범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 이게 맞는 거야?
"어쩔 수 없는 미션"이었을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 남파 공작원, 북파 공작원.. 이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반도는 기술적으로 아직 전쟁 중이다. 정전 상태. 양쪽 모두 수십 년간 상대방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해왔다. 사람을 직접 보냈다. 그중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다.
드론은 그 연장선에서 보면 오히려 진일보한 방법이다. 사람 목숨을 걸지 않고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니까. 인명 피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그건 "무모한 행동"이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 군사 드론을 활용한 정찰은 이미 일상이다. 2023년 미국이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했을 때, 미국이 사과했나? 안 했다. 오히려 중국한테 "네 잘못"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주변국 상공에 드론을 일상적으로 띄운다. 사과? 들어본 적 없다.
근데 우리는 정보 수집 드론을 날린 건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이라고 자국민을 규정하고, 대통령이 상대방에게 유감을 표한다.
이 대학원생과 국정원 직원, 군인이 한 일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 정부 승인 없이 국경을 넘는 행위를 한 건 맞으니까. 하지만 그건 국내법의 문제지, 북한에 사과할 일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처벌하면 되는 거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만들면 되는 거다. 왜 그걸 가지고 북한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나.
해외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해외 매체들의 보도 톤이 흥미롭다.
Bloomberg는 김정은의 이례적 칭찬에 초점을 맞췄다. "rare praise"라고 표현했다. 북한이 한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라는 거다. 근데 이걸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할까? 나는 모르겠다. 상대가 너를 칭찬한다는 건, 네가 상대가 원하는 행동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Bloomberg)
NK News는 냉정했다. 유감 표명이 대북 관계 복원의 일환이라고 분석하면서도, 김정은이 불과 한 달 전(3월)에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했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한 달 전에 "적대적"이라고 부르던 상대에게 유감을 표했더니 "대범하다"고 칭찬해주는 거다. 이 낙차가 정상인가? (NK News)
Taipei Times는 김여정이 "wise(현명한)"라고 표현한 데 주목하면서, 이게 남북관계에서 뭔가 바뀔 신호인지 분석했다. 하지만 김여정의 담화 뒤쪽에 "일체의 접촉시도도 단념하라"는 문구가 있다는 걸 놓치면 안 된다. (Taipei Times)
DroneXL은 이 사건을 "최초의 대통령 직접 유감 표명(First President to express regret to North Korea over civilian drone incursions)"이라고 기록했다. 역사에 남을 "최초"인데.. 자랑스러운 최초는 아닌 것 같다. (DroneXL)
VOA 한국어도 이 뉴스를 보도하면서 이 대통령이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는 점을 함께 전했다. (VOA)
이재명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
사실 이 대통령 본인이 이 딜레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025년 12월, 사과를 검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면 '친북'이라는 공격에 시달릴까 봐 말하지 못하고 있다." (ABC News)
그리고 결국 4개월 뒤에 했다.
이걸 "용기"라고 볼 수도 있다. 정치적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대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려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실제로 윤석열 정부 시절 완전히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건 맞다.
근데 문제는 방식이다. "유감"이라는 카드를 먼저 내미는 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상대는 한 달 전까지 우리를 "적대국"이라고 불렀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고, 풍선에 쓰레기를 매달아 보냈다. 그 상대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 게 외교인가, 아니면 그냥 약해 보이는 건가.
그리고 결과적으로 돌아온 건? "대범하다"는 위에서 아래로의 칭찬과, "다시는 건들지 마"라는 경고. 뭐가 바뀐 건지 모르겠다.
나는 이게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건 좌파 우파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을 지지하든 안 하든, 여기서 느끼는 위화감은 같을 거다.
상호주의. 외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내가 사과하면 상대도 사과한다. 내가 양보하면 상대도 양보한다. 그래야 관계가 된다.
근데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이거다: 우리가 유감을 표하면, 상대는 "잘했어"라고 칭찬해준다. 우리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상대는 "접촉시도도 단념하라"고 추가 요구를 한다. 우리가 한 발 물러서면, 상대는 두 발 더 밀고 들어온다.
천안함 46명, 연평도 4명, 서울 상공 드론, 오물풍선 5천 개. 이 모든 것에 대해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한 나라가, 감시 드론 하나 날린 걸로 대통령이 직접 "유감"을 말하고, 그 대가로 "대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게 외교적 돌파구라면.. 그 돌파구의 비용이 너무 높은 것 같다.
일방적인 유감은 유감이 아니다. 그건 그냥 굽히는 거다.
출처
국내 보도
해외 보도
Bloomberg — Kim Jong Un Praises South Korea's Lee for Drone Apology
DroneXL — South Korea's Lee Becomes First President To Express Regret
과거 사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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