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개표소 시위를 다녀온 후기 (6.7)
지난 주말 잠실 개표소 시위에 다녀왔는데, 뒤늦게 후기를 쓴다.
6.3일
6월 3일, 잠실7동 투표소를 포함한 수 많은 투표소에서 투표 용지가 부족해 시민이 투표를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하여 시민들은 참정권을 침해당했음을 외치며 투표소를 봉쇄하고 "부정선거 원천무효" 를 외치고 있었다.
처음엔 주민들로부터 시작해서, 외부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몰려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이 시점에 투표 용지가 부족한 사태가 왜 심각한거였는지 잘 와닿질 않았다.
특히, 그 때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나의 궁금증은 이러했다.
몇개의 투표소가 투표용지가 부족했던건지
실제로 시민들이 투표를 못하고 돌아간건지
대기표를 받았다곤 했는데 그 대기표 받은 사람은 몇 명이였는지.
대기표를 받고 투표를 못한 사람은 몇 명인지
10시까지 연장을 했다는데 그 안에 투표하면 된거 아닌지?
일단 당시 언론에선 이 정보에 대해서 많이 다루지 않았고 소셜 미디어를 봐도 사람들이 화는 내는데, 제대로 된 디테일을 다루지 않고 또 이게 왜 문제인건지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이 잠실 투표소 앞으로 엄청나게 몰렸는데, 나는 이 점에 대해선 사람들이 쉽게 휘둘린다고 생각했다. 나는 열심히 찾아도 왜 심각한건지 깨닫기 어려웠는데 저기 나온 사람들은 다 알고 나온건지 아니면 그냥 꼬투리 잡힐게 생겨서 무작정 나온건지 궁금했다.
다음날 새벽이 되고나서야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대기표를 받고도 몇시간째 투표용지를 못받았기 때문에 결국 투표를 포기한 시민이 있다.
이미 개표가 시작됐고 뉴스에서 출구조사도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보로 인하여 투표 결과가 오염될 수 있다.
투표하지 못한 사람이 발생했다면, 이는 우리 윗세대가 피와 노력으로 지켜낸 참정권이 침해된 중대한 사안이다; 단순 실수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그 다음날도 시위가 계속 되었고 나는 이 사안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다. 비록 나는 투표를 별 탈 없이 하긴 했지만 내 투표소 바로 옆동네도 같은 이슈가 있었다고 하여 남 일 같지가 않았다.
나도 저 현장에 가볼까.. 생각이 들면서도 귀찮고 또 겁이 나서 참여하지 않았다.
자고 일어났더니

경찰이 매우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위대를 해체하고 시민들이 지키던 투표함을 기어이 가져가 개표율 100%을 달성했다. 부상당한 시민들도 많았다.
수십명의 시민들을 끌어내기 위해 1천여 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누가 보면 시민들이 폭력적이였는줄... (그들은 폭력적이지 않고 그저 입구만 지켰다.)
이 사태를 보고 상황이 굉장히 심각해졌음을 느꼈다.
그리고, 시위는 잠실 올림픽공원 개표소에서 이어졌다.
잠실 올림픽 공원 핸드볼 경기장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잠실 올림픽 공원 핸드볼 경기장 앞에 와서, 재선거를 외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선 유명 인플루언서들과 몇몇 친구들이 현장 사진을 공유하며 진정한 "소신 발언" 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보면서, 같은 생각에 공감하면서도 그저 드러내는것이 겁이나서 아무말도 못하는 내가, 방구석에서 라이브로 시위만 보던 내가 조금은, 한심했다.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박성순님이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이미지보다, 신념을 더 챙기며 이렇게 영상을 공유하는 모습에 놀랐다.
그의 한마디,
"다시 일반인 되겠네"
그는 일반인이 될 걸 각오하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 영상을 올리고 인스타 스토리로도 공유하면서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었다.
그걸 보고 난 생각했다.
나도 내 눈으로 직접 보고싶어.
나는 다음 날 아침 현장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내 눈으로 직접 현장을 보자
현장에 도착해서 먼저 본건 이 안내판이였다.

이 안내판엔 알고보니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선 있다가 더 이야기해보겠다.
내가 일요일에 도착했을때 분위기는 난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꼈다.
정말 청년이 많았다.
극우단체의 느낌이 없었다.
정말 좌우를 떠나서, 이 선거 시스템에 대하여 분개하여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굉장히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시민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게셨다.
정말 열정적인, 20대 친구들이 많았다. 난 좀 울컥하기도 했다.
방구석에서 이 상황을 보고만 있다가 늦게서야 나왔는데 그렇게 뜨겁게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어서.
평상시 선관위 시스템이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던 나는, 주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만한 사람이 없었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공감해줄 수 있음에 기뻤다.
이런 집회에 처음 나와보는데, 과격한 행동도 없고 평화로운 시위가 너무 보기 좋았고
피켓을 열심히 만들고, 지원물품을 나눠주고, 우측통행 하도록 교통정리도하고
태극기를 휘날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는 아름답게 느껴졌다.

1-3 게이트 앞에서 확성기를 잡고 주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구호를 재선거로 통일했다.
태극기 이외의 국기를 드는 것을 제한했다.
경찰들 교대에 감사하다고 박수치고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마찰이 없도록 행동했다.
이 부분이 알고보니 문제가 좀 있긴했는데 나는 어쨌든 그들을 볼 때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현장에서 내 신분이 밝혀지는것도 겁내고 내가 이 현장에 온 것 조차 주변 지인에게 말도 잘 못하는, 눈치 보는 겁쟁이인데
가장 중앙에서 용감하게 얼굴을 까고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는 모습이 솔직히 멋있다고 느꼈다.
구호는 재선거로 통일하고, 성조기는 들지 마세요.
와보니까 이런 규칙이 있었는데 나는 취지가 좋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분위기때문에 중도층 심지어 진보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온전히 선관위의 업무방식을 비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올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위 안내판은 1-3 게이트 앞에 있던 규칙 안내판이다. 글의 후반부에서 다시 언급되니 기억해두길.
부정선거를 외치지 않고, 성조기를 들지 못하게 하는건 "극우 이미지"를 강하게 입히기 때문에 "언론과 대중에게 오해를 살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규칙을 만들었다고 한다.
난 이러한 상황때문에 중도성향의 친구한테 여기 한번 와보라고, 굉장히 진귀한 현상이라고, 역사적인 순간이니 이 상황을 한번 보고 가라고 꼬실 수 있었다.
지나친 통제?
한 시민은 "부정선거 사형" 이라는 깃발을 들고왔다.
"그러니까 언론들이 이걸 포착해가지고 극우로 본다고!"
라고 하며 시위에 정치색이 끼지 않도록 자체정화가 되고있었다.
어찌보면 이런수준의 극단적인 워딩은 통제가 되는게 맞긴하다. 여기엔 동의한다.
하지만, 성조기를 들거나, 부정선거를 외쳐도 사람들이 저지했다.
처음엔 나도 그렇게 함에 따라 대중의 참여를 얻을 수 있다보니 좋은 생각이라고 느끼기도 했지만 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잡담하는게 들렸다.
"아니 왜 부정선거를 못외치게 하지?"
생각해보니 그렇다. 이 집회에는 리더가 따로 있지 않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자리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어떠한 규칙을 만들 권한은 없다. 분위기를 따라갈 뿐.
그러다 이 내용을 봤다.


상황을 보니 개혁신당의 구자민 구의원이 현장을 통제하겠다고 발언했다.
나는 이 모든 결정이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1-3 앞에서 이 규칙을 잘 따르게 주도하는 젊은 청년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게 짜여진 판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충격이였다.
생각해보니 아까 현장에 도착해서 본 안내판.
비슷한 내용이 여기저기 적혀있었는데, 그건 대체 누가 정한것인가???
"현장에서 싸워보지 않은 자들이"
라고 언급했다.
구자민 구의원이 올린 글을 보면 마치 원래 현장에선 부정선거를 외치는 자리가 아니였는데 마치 "부정선거 음모론자" 들이 물타기를 한 것 처럼 읽혀질 수 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잠실 7동 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외친 구호는 "부정선거 원천무효"이다.
그리고 구자원 의원한텐 미안하지만 그 의원 얼굴도 모르겠어서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6월 5일 새벽 실제로 투표소에 들어가있었던건 황교안 대표와 박주현 변호사다.
그래서일까, 구자민 구의원이 저런 발언을 한 것이 밝혀지고 나선 아마 반박하는 댓글이 쇄도했을것이고 그는 쫄렸는지 비겁하게도 글삭튀를 했다.

말장난
구자민 구의원은 관악구나선거구에 출마하였으나 낙선했다.
따라서 그는 이제 구(具) 구(舊) 구(區)의원이다.
귀가하다.
이 모습이 시민들이 만든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 개입한 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 이상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았다. 피곤하기도 했다. 그래서 난 집으로 가기로 했다.
난 집을 가면서 친구한테 이런 말을 했다.
"잠실에선 경찰vs시민이 아니라 결국 시민들끼리 분열될것 같은데 그걸 조심해야할것같아."
엥? 대진연이라고?
갑자기 쓰레드에서 이상한 얘기가 돌기 시작한다. 현장에서 부정선거를 못 외치게 하고 성조기를 못 들게 했던 세력. 1-3 게이트 앞에서 구호와 애국가를 주도하고 현장을 통제하려던 사람들이 대진연(종북 성향 단체)이라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는 대진연 유튜브 영상에 나온사람이랑 1-3 게이트 앞에 있던 사람들이랑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정보를 누군가 쓰레드에 올리면서 갑자기 대진연 몰이가 시작된다.
미리 얘기하자면 1-3 게이트 앞의 청년들은 대진연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쓰레드에는 이런 카톡방 캡쳐가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누가 글을 쓴지도, 어떤 대화방에 올라온지도 (아마 잠실 시위 관련 오픈 카톡방으로 예상된다) 불투명한 정보여서 신뢰할 수 없다.
이런 근거 없는 정보들을 필두로, 현장에선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유튜버 일롱머스크와 망기토가 1-3 게이트 앞에서 상황을 주도하던 사람들과 대화하고, 대진연을 의심하고, 확성기로 말하면서 진행하면 불법집회로 강제해산의 명분을 가지게 된다며 단상에서 내려오도록 했다.
유튜버 킬문이 대진연 의심자를 찝어서 내보낸다.
1-3 게이트 앞에 있는 사람들은 다 해명을 했다. 나는 그게 마녀사냥인지 아닌지 헷갈렸는데 시간이 지나고나서 그들은 다 대진연이 아님이 밝혀졌다 (신원이 밝혀지고 사이버불링을 당한 사람들은)
한편 킬문 영상에서 나온 하늘색 셔츠는 해명글을 찾을 수 없고, 저 사람이 왜 대진연으로 의심되는지도 찾기가 어렵다.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꼭 댓글을 달아주길..)
그리고 계속돼서 대진연 몰이는 계속됐다. 사람들은 애꿎은 시민을 대상으로 계속 의심하고, 마녀사냥을 했다.
재밌는 점은 이 사건을 필두로 성조기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부정선거 구호가 외쳐지기 시작한다.
대진연 몰이는 누가 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대진연 몰이는 도대체 누가 주도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극우세력들이 판을 뒤집기 위해 대진연 몰이를 한 것인가?
한편, 더불어민주당 갤러리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짚고 넘어갈 것들
6월 6일엔 (참고영상)
사람들이 문제없이 성조기를 들고 다녔다.
구호로 Stop the steal 도 함께 외쳤다.
심지어 이 게시글 앞에 언급됐던 부정선거 사형 깃발을 들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짜대통령 피켓을 들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1-3 게이트 앞에서 경찰과 시민이 마주보고있었다.
1-3 게이트 앞에 규칙 안내판이 없었다.
6월 7일엔
성조기 들고 다니면 누군가 제지 했다.
Stop the steal 외치면 구호 통일하자고 설득하고 부정선거를 못 외치게 했다.
직접 그린 피켓이 아니면 내리도록 했다.
1-3 게이트 앞에서 시민과 시민이 마주보고있었다.
1-3 게이트 앞에 규칙 안내판이 생겼다.
갑자기 하루만에 바뀐 분위기에 시민들은 의아해했고, 누군가 던진 대진연이란 떡밥으로 다시 전환됐다.
대진연은 정말 그 안에 섞여있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대진연 몰이로 분위기가 바뀐게 아니라, 그저 원 상태로 돌아간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질문을 던져보아야한다.
그 안내판을 만들고, 붙이고, 현장의 규칙처럼 작동하게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아쉬운 부분은 이것이다. 확실한 증거가 있던것도 아니였는데 죄 없는 시민을 대진연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좀 더 침착하고, 함께 합리적인 의문제기를 하고 어떻게 이런 규칙이 생겼는지 조사를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난 어찌보면, 대진연 몰이를 시작한 것 자체가 이 움직임을 방해하는 세력에 의한 공작일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홍콩 네티즌은 이런글을 쓰레드에 올렸다.

우리는 그들이 이미 겪은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난 자유와혁신당에게 불만이 있다.
자유와혁신당 김진일 최고위원은 X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대진연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 누가 대진연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글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서 1-3 게이트 앞 청년들은 대진연이 아님이 해명됐고, 이로인해 그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대진연이 개입한것같은 심증은 있지만 확증은 하나도 찾질 못했다. (알고 있다면 댓글로 꼭 달아달라)
상황이 흘러가는것을 보고, 분위기를 읽고, 자신의 메시지를 정정했어야했다. 적어도, 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분열되지 않고 헛저격 않도록 주의하라고 했어야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불만이 있는 이유는 이러한 행동은 자유와혁신당에 약점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미 이 약점으로 자혁당은 국민의힘, 민주당, 그리고 일반 네티즌들에게 공격을 받고있다.
대진연이 맞을까??
대진연에 대해서 찾아보다 보니까 잠실 시위에 대진연이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대진연에 대한 확증은 하나도 못 찾았는데, 대진연이 그 정도로 고도의 공작을 벌일 정도로 똑똑한 것 같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확산 시나리오
더 많은 국민이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시위 규모가 커지고, 정부와 선관위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뒤늦게 조사, 감사, 재발방지책을 내놓는다.피로감 시나리오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민들의 체력은 빠지고 언론은 "봉쇄 장기화", "주변 피해", "민폐" 프레임을 키운다. 본질은 흐려지고, 시위는 서서히 줄어든다.분열 시나리오
내부에서 구호, 깃발, 피켓, 발언을 두고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누가 프락치냐, 누가 극우냐, 누가 통제하느냐로 싸우는 순간, 시위의 에너지는 권력이 아니라 내부를 향한다.극단화 프레임 시나리오
일부 과격한 말과 행동이 전체 시위의 얼굴처럼 소비된다. 그러면 "참정권 침해"라는 본질보다 "위험한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앞서고, 중도층은 거리를 둔다.
잠실은 지금 전쟁터다
하지만 아직 이 전쟁은 경찰과 시민의 정면충돌이 아니다. 진짜 전선은 곤봉이 내려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모였는지가 흐려지는 순간에 생긴다. 권력은 때로 시위를 짓밟기보다, 시위의 이름을 바꾸고, 구호를 흩뜨리고, 시민들이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쪽을 택한다.
지금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하거나 노골적인 꼼수를 쓴다면, 그것은 이재명 정부에게도 독이다.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이고, 오히려 더 큰 명분을 만들어줄 뿐이다.
또 한 가지, 전장은 현장에만 있지 않다. 온라인 역시 또 하나의 전선이다. 그곳에서는 누가 시민이고, 누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계정인지, 누가 한국인이고, 누가 봇인지조차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눈앞의 상대와 싸운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은 누군가가 깔아둔 판 위에서 서로를 소모하고 있을 수도 있다.
현장이 몸으로 버티는 곳이라면, 온라인은 의미를 지키는 곳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분노는 필요하지만, 선동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의심은 필요하지만, 시민끼리 서로를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
결국 이 싸움의 핵심은 누가 더 크게 외치느냐가 아니다.
누가 끝까지, 이 싸움의 본질을 빼앗기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하면 닉네임·비밀번호 없이 댓글을 작성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