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프리덤은 다시 시작된다, 검토 안 하겠다고 한 위성락은?

- 1.트럼프의 언어, 한국에 무엇을 말하고 있나
- 2.“이건 너희 배다”: 미국은 왜 한국을 호르무즈 작전에 공개 호출했나
- 3.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한국을 또 언급했다: “그들은 혼자 가기로 했다”
- 4.트루스소셜 한 줄이 미군 함대 25척을 멈췄다. 파키스탄·사우디는 있는데 한국은 어디에
- 5.프로젝트 프리덤은 다시 시작된다, 검토 안 하겠다고 한 위성락은?
이번엔 미룰 수 없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5월 6일 "작전이 중단됐기 때문에 검토는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못박았다. 트럼프의 호르무즈 작전 '프로젝트 프리덤' 동참 요구를 놓고 한국 정부가 내놓은 답이었다.
그 답이 나온 지 24시간 만에 전제가 무너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이 5월 7일 단독으로 한 줄을 흘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미군 기지·영공 사용 제한을 풀었다는 보도였다. 펜타곤 측은 이번 주 안에 프로젝트 프리덤을 다시 가동할 수 있다고 했다.
작전이 다시 시작된다는 사실 자체보다, 작전이 한 번 멈췄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정확히는, 그 작전을 누가 멈출 수 있었는지가 이제 드러났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그 답이 위 실장의 5월 6일 발언이 서 있던 토대를 그대로 흔든다.
트럼프가 들었던 명분, 그리고 진짜 이유
트럼프가 5월 5일 트루스소셜에 작전 중단을 발표했을 때 든 명분은 "이란과의 협상 진전"이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이 이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 적었다.
그런데 이 설명에는 빠진 게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보도를 따라가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트럼프는 5월 3일 작전 개시를 발표하면서 사우디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 격노한 사우디 왕실은 즉각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를 잠갔고, 자국 영공도 닫았다. 쿠웨이트가 따라서 끊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이하 MBS,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실상 통치자)는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이 결정을 통보했다. 협상이 아니라 통보였다. 트럼프는 결정을 되돌리려 했지만 안 됐다. 작전이 36시간 만에 멈춘 건 그래서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건을 "최근 몇 년간 미국-사우디 군사 관계에서 가장 큰 분쟁"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과 리야드 사이 안보 협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작전을 멈춘 건 트럼프가 아니라 MBS였다.
사우디는 왜 그렇게까지 갔을까
사전 통보를 안 받은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진짜 분노는 그 다음에 왔다.
작전이 시작되자 이란이 보복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후지라이라 석유 허브가 미사일 15발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 합참의장 댄 케인이 이걸 이렇게 평가했다.
"낮은 수준의 괴롭힘(low-level harassment)."
UAE 석유 허브가 박살났는데 미국 합참의장은 그것을 '괴롭힘'이라고 불렀다. 사우디가 본 것은 이 한 줄이었을 것이다. 다음에 자기들이 맞아도 미국은 똑같이 부를 거라는 신호. 거부권이라는 게 별거 아니다. 미국이 자국 영토에서 마음대로 작전을 굴리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느냐, 그것 하나다. 사우디는 그걸 한 번에 보여줬다.
그러나 사우디는 다시 풀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사우디는 그 문을 다시 열어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와 MBS의 두 번째 통화 이후 기지·영공 사용이 복원됐다고 보도했다. 풀어준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그 사이 "이란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폭격은 이전보다 훨씬 강한 강도로 재개된다"는 강경 발언을 던진 시점이 겹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거부권의 속성이 여기서 드러난다. 행사될 때만 시간이 만들어지고, 풀리는 순간 그 시간도 끝난다. 펜타곤의 "이번 주 재개" 시간표는 그 끝을 알리는 신호다.
그래서 이번 재개가 더 위험하다
오해는 피하자. 트럼프가 든 명분이 완전한 허구는 아니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실제로 진행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14개 항목짜리 양해각서를 두고 줄다리기 중이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중단을, 미국은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를 테이블에 올렸다. 호르무즈 봉쇄도 양측이 동시에 푼다는 게 골자다.
지금 상황은 한 줄로 정리되지 않는다. 작전을 멈춘 직접 변수는 사우디였고, 그 시간을 정치적으로 포장해준 건 협상이었다. 둘 다 동시에 작동했다.
문제는 둘 다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거부권을 한 번 썼고, 두 번째 통화로 거뒀다. 같은 카드를 같은 무게로 다시 꺼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협상은 이번 주 안에 결렬되거나 잠정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의회 대변인은 미국 제안을 "희망 사항 목록"이라며 일축했다. 어느 쪽이든 시간을 빌려주는 변수가 사라진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한국 선박 26척, 한국인 선원 160명이 두 달째 호르무즈 안쪽에 갇혀 있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적은 없다. 외교부 장관 차원의 별도 협상 채널도 보도된 바 없다. 위 실장은 같은 5월 6일 브리핑에서 "NSC 실무회의는 하지 않고 상황 모니터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며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그게 지금까지 확인된 한국 정부 대응의 거의 전부다.
"검토 필요 없다"는 그날의 답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HMM 나무호 사건에 대해서는 "피격이 확실하지 않다"고 톤을 깔았다. 트럼프가 5월 4일 한국을 콕 집어 "이제 한국도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압박한 발언, 그리고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5월 5일 "한국이 더 나서주길 바란다"고 따라붙은 발언을 한꺼번에 깎아내려는 노련한 화법이었다.
이 화법이 그날 통할 수 있었던 건 그 시점에 작전이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그 멈춤이 사우디의 거부권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NBC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드러났을 때, 위 실장의 발언은 사실관계상으로도 균형이 무너졌다. 적어도 한국 정부가 그 시점에서 작전 중단의 진짜 이유를 정확히 읽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5월 6일 한국 외교의 토대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가 그 흔들림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란이 두 개의 입으로 말한다
위 실장이 "피격이 확실하지 않다"고 깔아둔 톤은 그날 밤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5월 6일,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트럼프의 작전 중단 배경을 분석하는 칼럼을 올렸다. 그 안에 한국이 그냥 넘기기 어려운 한 문장이 있었다.
"이란이 새 해상 규칙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겨냥한 건 물리적 행동으로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명확한 신호였다."
HMM 나무호를 가리킨 셈이다. 이란 국영 매체가 사실상 자국이 한국 선박을 표적 삼았다는 식으로 쓴 글이었다.
같은 날, 주한 이란대사관이 정반대 성명을 냈다.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어떤 주장도 단호히 거부하며 전면 부인한다." 다음 날에는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에브라힘 아지지가 김석기 국회 외통위원장과 화상 면담에서 공격 가능성을 직접 부인했다.
국영 매체는 표적 공격이었다고 자랑하고, 외교 채널은 우리 아니라고 부인한다.
이상한 건 여기서부터다. 둘 다 진심이다. 강경파는 호르무즈에서 본보기를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싶고, 외교 라인은 한국과의 관계가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한 정부 안에서 두 메시지가 동시에 진심인 상황. 한국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뼈아프다. 어느 쪽을 믿고 움직여도 다른 한쪽이 한국을 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거기에 한 문장을 더했다. "이란은 비(非)미국 선박 다수에 타격을 입혔다." HMM 나무호가 그 다수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려워졌다. 위 실장의 "확실하지 않다"는 톤다운이 점점 좁은 자리로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게는 거부권이 없다
불편한 대목은 이 지점이다.
사우디는 기지와 영공이라는 물리적 거부권을 쥐고 있었다. 미국 작전이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한 순간 36시간 만에 그 작전을 멈춰 세웠다. 전략적 파트너 관계 안에서 거부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번에 한 번 보여준 셈이다.
한국에게 그런 카드가 있는가. 없다.
호르무즈는 한국에서 너무 멀다. 한국 해군이 안 가도 미국 작전은 굴러간다. 청해부대 한 척의 합류 여부가 작전의 성패를 가르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이 쥔 카드는 "검토 중"이라는 모호한 시간 끌기 정도다. 이 카드는 누군가 외부에서 시간을 만들어줄 때만 작동한다. 사우디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한국에게 시간이 생기고, 사우디가 풀면 한국의 시간도 같이 끝난다.
위 실장이 흘려둔 절충 카드 하나가 있긴 하다. "해양자유 구상은 계속 검토하겠다"는 발언이었다. 미국 단독 군사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에는 거리를 두되, 항행 자유라는 다자 프레임에는 길을 열어두는 구조다. 그러나 이 절충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한국 정부가 능동적으로 그 다자 프레임을 짜야 한다. 다른 나라들과 협의하고, 국제법적 근거를 만들고, 국내 정치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그 작업을 했는지는 보도된 바 없다. 사우디가 만들어준 시간을 잠깐 누렸을 뿐이다.
시간을 누가 만드나
작전이 다시 시작된다. 그 사실 위에서 한국 정부가 내려놓은 모든 판단이 다시 검토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검토 필요 없다"고 못박은 발언을 뒤집어야 하고, HMM 나무호 정밀 조사 결과도 곧 나올 것이며, 트럼프와 헤그세스의 한국 압박 라인은 자동으로 부활한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건 따로 있다. 한국 정부가 사우디 거부권 행사라는 진짜 이유를 미리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제 추궁의 대상이 된다.
외교에서 시간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만들어야 하고, 그 누군가는 거부권을 가진 자다. 이번에 시간을 만든 건 MBS였다. 그가 풀자 모든 게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한국은 그 사실조차 모른 채 "검토 중"이라는 말로 두 달을 보냈다.
우리는 우리 외교의 시간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준 시간을 잠시 빌려 쓰고 있는가.
답이 후자라면, 다음번에는 사우디가 풀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는 이란도 두 개의 입으로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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