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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진핑 회담 전날 인천에서 벌어진 일, 그리고 청와대 30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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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트럼프-시진핑 베이징 회담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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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트럼프 시진핑 회담 전날 인천에서 벌어진 일, 그리고 청와대 30분의 의미
  3. 3.트럼프-시진핑 회담 1일차 분석: 양측 발표문의 비대칭이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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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5.트럼프-시진핑 베이징 회담 결산: 시진핑이 거절한 H200, 트럼프가 받은 보잉 200대

5월 13일 오후. 한국 매체 헤드라인은 베이징을 향해 있었다. "9년 만의 방중", "에어포스원 도착". 그런데 그 시각, 진짜 협상은 베이징이 아니라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베센트·허리펑,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인천서 회동···핵심 의제 사전 조율 “미국은 5B, 중국은 3T”
베센트·허리펑,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인천서 회동···핵심 의제 사전 조율 “미국은 5B, 중국은 3T”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13일 한국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요 의제를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두 사람은 각각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별도 면담을 가진 뒤 인천국제공항 의전실에서 만났다. 이날 저녁 베이징에 도착할 ...
경향신문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두 사람이 마주 앉은 곳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귀빈실. 회담은 170분 이어졌다. 다음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마주 앉기 16시간 전이었다.

베이징은 무대였고, 의제는 인천에서 닫혔다.

인천이 사전 협상 무대가 된 이유

베센트와 허리펑은 양국 경제·무역 협상의 실무 책임자다. 정상회담 의제 중 가장 무거운 5B(보잉·쇠고기·대두·무역위원회·투자위원회)와 3T(관세·기술·대만) 가운데, 5B 전부와 3T 중 관세·기술이 이 둘 손에 있다.

NYT가 정리한 5B vs 3T 구도를 보면, 두 정상이 베이징에서 실제로 새로 결정할 부분은 많지 않았다. 보잉 구매 규모, 농산물 구매 시한, 무역·투자위원회 설치 같은 기술적 합의는 베센트와 허리펑이 인천에서 먼저 매듭지어야 했다. 두 정상은 다음날 그 결과지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면 됐다.

회담이 끝나자 중국 CCTV는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적인 회담"이라는 표현을 썼다. 외교 언어로는 꽤 진전됐다는 뜻에 가깝다. 베이징은 윤곽이 잡힌 상태에서 시작됐다.

한국이 무대를 빌려준 24시간

이 24시간 동안 이재명 대통령의 동선은 깔끔했다. 오전 9시 30분 청와대에서 허리펑 부총리를 먼저 만났고, 한 시간 뒤 같은 자리에서 베센트 장관을 접견했다. 둘은 각각 대통령을 만난 뒤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서로 마주 앉았다.

청와대 발표를 보면, 이 대통령은 베센트에게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대미 투자 이행 의지를 전달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핵추진잠수함 도입 협조를 당부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공식 브리핑에 적힌 그림이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우리 매체가 비교적 조용히 흘려보낸 부분이다.

이재명은 베센트에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했다.

청와대에서 벌어진 진짜 협상

왜 이게 묵직한 이야기인지부터 풀자.

다음 달 6월 18일이면 대미투자특별법이 시행된다.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출범한다. 이 공사가 앞으로 20년에 걸쳐 미국에 보낼 돈은 3,500억 달러. 약 500조 원. 매년 200억 달러씩 빠져나가는 구조다.

우리 외환보유고가 약 4,100억 달러다. 거기서 매년 5% 가까이가 미국으로 흘러나간다. 환율은 이미 1500원 선을 오간다.

이 구도에서 통화스와프는 "있으면 좋은 것" 정도가 아니다. 원화 채권을 발행해 달러로 환전해 미국에 보내는 동안 원화 가치는 또 떨어진다. 떨어진 환율을 막으려면 외환보유고를 쓴다. 그런데 그 보유고는 이미 매년 200억씩 빠져나가는 중이다. 이 출혈을 견디게 해줄 거의 유일한 장치가 통화스와프다.

문제는 이 부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9월 유엔총회에서 이재명은 베센트에게 같은 부탁을 했다. 올해 들어선 구윤철 부총리가 별도 채널로 여러 번 요청했다. 답이 어땠는지는 구윤철이 3월에 국회에서 직접 말했다. 미국 쪽 반응은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부족하지 않다. 4천억 달러 있고, 국민연금 5천억, 국민이 1천억. 1조 달러 있는데 왜 통화스와프를 해줘야 하느냐" 였다고.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답변이다. 그리고 5월 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이 같은 부탁을 또 했다. 베센트의 답은 외교적이었다. "향후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번역하면 이렇다.

No. 다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마음에 든다.

비대칭의 정체

여기서 봐야 할 건 냉정하다. 한국은 미중 협상의 무대를 빌려줬다. 사전 협상이 한국 영토에서, 한국 대통령 면담을 거쳐 진행됐다. 그런데 양측이 그 자리에서 다룬 의제 안에 한국의 이해는 별도 항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미·중 어느 한쪽의 불성실 때문이 아니다. 협상의 기본 구조가 원래 그렇다. 양국 협상자는 자국 의제를 들고 마주 앉는다. 인천은 두 사람이 만나기 편한 중간 지점이었을 뿐이다. 장소가 어느 나라인지는 의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직전 칼럼에서 한국 독자가 잊지 말아야 할 좌표 중 하나로 짚었던 게 있다. "미·중이 풀리면 한·중도 풀린다"는 환상. 이번 24시간은 그 환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실물이다. 인천 무대 위에서 두 강대국 협상자가 친근하게 악수하는 사진이 풀린다. 일부 매체는 그 사진을 보고 "한국이 가교 역할을 했다"고 해설한다. 그러나 가교는 의제를 만들지 않는다. 가교는 그저 의제가 지나가는 통로다.

호스트의 함정

여기서 한 가지 더. 호스트는 손님에게 거절당하기 어려운 자리다.

외교 의전의 본질이 그렇다. 자기 집 식탁에서 손님을 박대하기 어렵듯, 자기 집에 부른 손님에게 단호하게 "안 됩니다"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호스트 자리는 보통 부탁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탁받는 자리로 설계한다.

이번 인천 회동은 그 원리가 거꾸로 돌아갔다. 호스트도 한국, 부탁한 쪽도 한국. 그것도 이미 두 번 거절당한 부탁을 들고. 의전을 베푸는 호스트는 거절도 부드럽게 들을 수밖에 없다.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답을 듣고 "그럼 언제까지 답을 주시나요"라고 되묻기는 어려운 자리였다.

의전이라는 형식이 우리 협상력을 묶었다. 무대를 빌려준다는 행위가 미국에게 우리 부탁을 들어줄 의무를 지우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호스트일수록 정중함의 압박 안에서 부탁해야 한다. 같은 부탁을 더 약한 자세로 다시 하게 된다는 뜻이다.

회담 후 점검할 네 가지

베이징에서 5B 발표가 나올 때, 우리가 봐야 할 변수는 이 정도다.

보잉 항공기 정비·부품 공급망에 한국 기업이 포함되는가. 미국산 대두 운송 라인에 한국 해운사가 들어가는가. 무역·투자위원회 산하 실무 그룹에 한국이 옵저버 자격이라도 가지는가. 그리고 한 가지 더, 6월 18일 한미전략투자공사 출범 전에, 통화스와프 진전이 한 줄이라도 나오는가.

이 네 개가 모두 "아니오"라면, 인천 의전실에서 결정된 결과는 한국에 백스테이지 비용만 남기고 끝난 셈이다. 의전을 베푼 시간과 청와대 면담 30분이 무대 대여료였다. 그 30분 안에 우리가 정작 필요했던 부탁은 세 번째로 거절당했다.

직전 칼럼은 회담장이 베이징이지만 의제 주도권은 워싱턴에 있다고 짚었다. 거기에 두 줄을 더 보태야겠다.

그 의제 안에 한국은 한 줄로도 들어가 있지 않다. 그리고 우리 무대 위에서 우리가 한 부탁은 같은 답으로 세 번째 돌아왔다.

인천은 무대였고, 한국은 무대 관리인이었다. 청와대는 백스테이지였고, 거기서 한국은 또 한 번 거절당했다. 다음번엔 의제 안에 들어가는 법, 그리고 호스트 자리를 협상 카드로 어떻게 바꿔낼지를 따로 설계해야 한다.

무대를 내줬다고 의제가 생기진 않는다. 이번 24시간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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