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부결 178 대 0, 한지아는 사라졌고, 안철수는 페북에 썼고, 우원식은 발의자였다.

- 1.5월 7일, 한국 헌법이 결정된다
- 2.개헌 부결 178 대 0, 한지아는 사라졌고, 안철수는 페북에 썼고, 우원식은 발의자였다.
5월 7일 오후 4시 4분. 우원식 의장이 "투표 불성립"을 선포했다. 39년 만에 본회의에 올라간 헌법 개정안이, 투표함을 한 번도 못 열고 그대로 닫혔다.
찬성 178, 반대 0, 기권 0.
투표 자체가 안 됐다. 191명이 필요한데 13명이 모자랐다. 국힘 의원 106명이 본회의장에 안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회의장 맞은편 예결위 회의실에서 의원총회를 하고 있었다. 39년 만의 개헌 표결이 진행되는 그 시간에. 길 하나 건너에서.
여기까지가 표면이다. 진짜는 그 안쪽에 있다.
사라진 한지아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며칠 전부터 명확했다.

의원들 SNS 단체방에 직접 글을 올렸다. "헌법기관으로 개헌안에 찬성한다." 계엄 조항도 짚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6일 의총에서는 그랬다. "이번 당론은 언제나처럼 당 지도부 생각을 통보한 거다.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당론은 안 따른다." 7일 아침 라디오에서는 한 발 더 나갔다. "헌법기관으로서, 찬성이든 반대든 기권이든 정하겠다. 탄핵 표결도, 헌재 재판관 임명도, 3특검법도 당론 어기고 찬성했다. 징계한다면 어쩔 수 없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림이 그려진다. 국힘 안에서 단 한 명,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찬성표를 던질 사람.
그리고 그날 오후, 한지아는 본회의장에도 의원총회장에도 없었다.
라디오 듣고 박수 쳤던 사람들은 한지아가 들어가서 찬성표를 던질 거라 봤다. 본인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본인이 SNS 단체방에 찬성한다고 적었으니까. 본인이 비례대표 신청 당시 지키고자 했던 가치라고 했으니까.
한지아가 한 일은 사라지는 거였다. 마이크 앞에서는 발언, 본회의장에서는 빈 의자.
이게 한국 정치 비주류 개혁파의 패턴이다. 라디오 출연 시간엔 결기, 표결 시간엔 부재. 어제 한지아가 어디 있었는지 누구도 모른다. 본인 빼고.
페북에 반대를 쓴 안철수
안철수는 다른 길을 갔다. 7일 페북에 또박또박 적었다. "이번 개헌안에 반대한다." 지방선거 투표율 끌어올리려는 호객용 국민투표라고 했다. 계엄 조항 손대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고도 했다.

그런데 안철수도 본회의장에 안 들어갔다.
여기서 한 번 멈춰보자. 정말 이 개헌안이 나쁘다고 보면, 들어가서 반대표를 던지면 된다. 그게 의원의 양심이다. 정족수도 채워지고, 본인 반대 의사도 영원히 기록에 남는다.
근데 왜 안 들어갔을까.
들어가는 순간 정족수가 한 명 늘기 때문이다. 정족수 채워지면 가결될 수도 있다. 가결 안 되게 하려면 본회의장 자체를 안 가는 게 가장 확실하다.
그러니까 페북에 적힌 그 "반대한다"는 글자는, 반대가 아니다. 표결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한 알리바이다. 진짜 반대였으면 본회의장에서 했을 거다.
한지아는 찬성한다고 말하고 사라졌고, 안철수는 반대한다고 적고 사라졌다. 발언의 방향은 정반대인데 행동은 똑같았다. 둘 다 본회의 출석부에 이름이 없다.
본회의 표결 기록은 안 지워진다. 페북 글, 라디오 발언, SNS 단체방 글, 의총 비공개 발언은 다 휘발된다. 그래서 헌정사 기록에서는 한지아도, 안철수도, 장동혁도 같은 자리에 있다. 본회의장에 안 들어온 사람.
의장석에 앉은 발의자
근데 보이콧한 쪽만 얘기할게 아니다.

우원식은 이 개헌안의 공동 발의자다. 자기가 발의한 안건의 표결을 자기가 주재했다. 검사가 자기 기소한 사건 판사석에 앉아 있는 그림이다.
상정 직후 우 의장은 그랬다. "1987년 이후 39년 동안 멈춰 있던 헌법 개정의 문을 여는 역사적 출발점." 본인 페북에는 이렇게 적었다. "이번 개헌은 제2의 윤석열 방지 개헌." 표결 전날 기자회견에선 국힘에 직격탄을 날렸다. "윤어게인이라서 반대하는 거냐." 표결 도중에는 이렇게 말했다. "투표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국민이 볼 때 용납되지 않는 일."
이 시점에 국회 라이브 채팅은 어떤 메시지가 나왔나 보자. 저들은 국민이 아닌가?

이게 의장 발언인가, 발의자 발언인가.
이해는 간다. 국힘의 보이콧으로 표결 자체를 죽이는 전략 앞에서 의장이 가만히 있으면, 절차 형식조차 못 만든다는 판단도 있었을 거다.
근데 그건 여당 원내대표가 할 일이다. 발의 주도한 의원이 할 일이다. 의장은 절차를 지키는 사람이지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절차가 무너지면 결과도 결국 흔들린다.
7일 본회의장엔 두 종류의 비중립이 있었다. 보이콧한 국힘의 비중립. 의장석에 앉은 발의자의 비중립.
그리고 오늘 오후 2시
오늘 오후 2시에 본회의가 또 열린다. 안건은 똑같다. 어제 그 개헌안 그대로다. 헌법 개정 절차상 본회의에서 안건을 수정해서 의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4월 7일 공고한 내용 그대로 표결해야 한다.
그럼 어제랑 똑같은 그림이 반복될까.
여기서 떠올릴 장면이 하나 있다.
2024년 12월 7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1차 표결. 국힘은 표결에 안 들어간다고 했다. 실제로 안 들어갔다. 그날 정족수 미달로 탄핵안은 표결조차 못 됐다. 그런데 그 다음 주 2차 표결에서는 12명이 들어왔다. 탄핵안은 가결됐다. 일주일 사이 12명이 마음을 바꿨다.
오늘이 그날이 될 수도 있다.
한지아 한 명만 들어가도 균열의 시작이다. 김용태나 조경태가 따라 들어가면 흐름이 생긴다. 12명이 들어오면 개헌안은 통과되고, 6월 3일에 국민투표가 같이 치러진다. 안 들어오면 39년이 한 번 더 연장된다. 동시 국민투표는 무산이다.
10일이 마지노선이다. 8일 오늘, 9일 토요일, 10일 일요일. 사실상 오늘이 끝이다.
오후 2시. 본회의장 우측 의석을 보면 된다.
그 의자가 채워지는지 비는지가, 우리가 어떤 헌법 아래에서 6월 3일을 맞을지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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